[리뷰] ‘도리화가’ 복숭아꽃 자두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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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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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도리화가. 복숭아꽃, 자두꽃이라는 이름의 노래는 “이름만큼이나 예쁜” 소리로 구전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울림은 강하고 잔상 또한 짙다.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영화사 담담 ㈜어바웃필름·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수지 분)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금기를 깨는 자는 목숨이 위태로웠던 혼돈의 조선 말기.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기생집에서 허드렛일을 돕는 채선은 ‘소리’만이 유일한 낙이다. 오로지 남자들의 것이었던 소리지만 채선은 그 안에 들끓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에게 소리란 유일한 탈출구이자 마음껏 눈물 흘릴 수 있는 계기였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방황하던 채선은 우연히 신재효의 소리를 듣게 되고 그 아름다움에 소리꾼의 꿈을 품게 됐다. 그의 열정과 소리에 대한 사랑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몰래 동리정사의 수업까지 엿듣는 대범함까지 키우게 한다.

채선은 신재효에게 소리를 하고 싶다고 고백하고 신재효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다”며 그의 청을 단호히 거절한다. 하지만 이미 채선의 꿈을 접기엔 그 마음이 너무도 크고 올곧았다. 채선은 남장까지 불사하며 동리정사에 들어가지만, 신재효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동리정사를 후원하던 양반과 신재효의 대립으로 동리정사는 살림이 어려워지고 동리정사에는 고수 김세종(송새벽 분)과 제자 칠성(이동휘 분)과 용복(안재홍 분)만 남게 된다. 신재효와 김세종은 흥선대원군이 개최하는 전국의 소리꾼을 위한 경연 ‘낙성연’에 참가해 동리정사가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고 남자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소리를 지닌 채선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영화는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다. 미숙한 소리를 가진 채선이 스승 신재효를 만나게 되며 소리를 완성하는 과정을 감성적으로 다루고 있다. 금기를 깨고 편견을 깨고 나아가는 채선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진채선이라는 흥미로운 인물에 대한 표현 방식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혁명가’라 표현했던 채선은 그저 꿈 많은 소녀, 사랑에 빠진 소녀로 표현되고 그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은 의문스러운 결말을 내놓는다. 소리에 대한 열망이 스승에 대한 동경, 사랑으로 급진전하는 과정과 결말은 결이 매끄럽지 못해 산만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도리화가’는 아름다운 화면,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복숭아꽃, 자두꽃과 같은 아름다움을 남기는 작품이다. 언제나 그렇듯 류승룡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송새벽 역시 등장마다 강렬한 인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무엇보다 ‘도리화가’는 수지라는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인 만큼 그를 가장 아름답게 또한 가장 단단하게 표현된다. 다소 미흡한 호흡이 있더라도 진채선이라는 인물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엿보인다.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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