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의 '게겐프레싱'은 EPL에서 통할 수 있을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10-08 06:4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도르트문트 공식 페이스북]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최근 브랜드 로저스 감독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FC 사령탑에 위르겐 클롭(48, 독일)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BBC, 스카이스포츠 등을 비롯한 공신력 있는 영국 언론이 리버풀 운영진과 클롭의 접선을 대서특필하며 리버풀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과거 클롭은 침체기의 분데스리가리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며 팀에 분데스리가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선사 한 바 있다. 리버풀 팬들에게는 리그 중위권에 쳐져있는 팀을 부활시킬 적임자로 여겨진다. 과연 클롭은 EPL에서도 통할 수 있을 까?

클롭은 기본적으로 ‘게겐 프레싱’이라는 독특한 전술을 사용해왔다. 우선 공격에서 수비까지 전 선수의 라인을 극단적으로 올리고 최전방 스트라이커부터 수비진까지 상대를 조직적으로 압박해 볼을 탈취했다. 이후에는 전방에 올라가 있는 공격수과 미드필더를 활용해 최대 속도로 최소한의 볼터치를 이용해 골을 성공시켰다.

도르트문트는 2012-2013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게겐 프레싱'으로 결승까지 올랐다. 이 대회 4강 1차전에서 당대 최강이라 불리던 무링뇨의 레알마드리드가 도르트문트의 압박에 대처하지 못하고 4-0으로 대패한 경기는 압권이었다. ‘탈압박’ 장인으로 불리는 모드리치조차 촘촘한 게겐프레싱 앞에서 볼을 차지하기 버거워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 전술의 특성상 선수에게 엄청난 활동량을 요구해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 또 압박하는 과정에서 충돌도 많고 방향 전환도 잦아서 부상이 발생하기 쉽다. 클롭도 도르트문트에서 보낸 마지막 해에 많은 선수들이 부상당해 고전했다. 상대팀들이 게겐프레싱 파훼법으로 아예 라인을 내리고 잠그다가 한 번에 연결되는 역습을 시도하는 전술을 들고 나오자 성적이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EPL은 체력 소모가 극심한 리그다. 리그 38경기에 컵 대회를 두 개나 치러야 하고 리버풀과 같이 상위권 팀들은 유럽 대항전에도 나가야 한다. ‘박싱데이’라는 그들 특유의 살인적인 일정도 있다. ‘힘과 속도의 축구’를 추구하는 영국 스타일상 EPL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템포를 자랑하며 또 가장 거칠다. 선수들은 거친 태클과 몸싸움을 즐겨하고 심판은 이에 관대하다.

때문에 EPL은 게겐프레싱을 사용하지 않는 팀들도 로테이션을 사용해야 하는 리그다. 11명의 선수를 가지고는 리그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 한 개의 포지션에 적어도 두 명의 선수가 있어야 한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장기간 이끌며 전성기를 누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경우 2경기 연속 같은 라인업을 내지 않기로 유명했다. 선수의 몸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기로 유명한 첼시 무링뇨 조차 팀의 핵심인 아자르, 이바노비치, 테리등을 로테이션 없이 사용했다가 이번 시즌 후폭풍을 맞았을 정도다.

[사진=도르트문트 공식 페이스북]

EPL에서 클롭과 가장 유사한 전술을 사용하는 감독은 의외로 아스널의 벵거다. 지난 맨유와의 경기에서 전반 초반 전방위 압박과 빠른 속도의 공격으로 세 골을 몰아넣은 게 그 단적인 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벵거는 90분 동안 압박을 유지하지 않았다. 골을 넣은 뒤 바로 압박의 강도를 낮추고 라인을 내려 수비에 치중했다. 90분 동안의 강력한 압박은 엄청난 체력을 요하고, 아스널은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커 매 경기 로테이션이 힘들기 때문이다.

클롭은 2013년 인터뷰를 통해 벵거를 존경하지만 자신의 축구와 벵거의 축구는 다르다고 말했다. 벵거의 축구가 오케스트라라면 자신의 축구는 헤비메탈이며 더 격렬하고 역동적이라고 표현했다. 클롭이 EPL에서 경기 내내 상대를 압박하는 ‘게겐프레싱’을 구사하려면 로테이션은 필수다.

게겐 프레싱은 전술 이해도가 높고 공간 지각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모여야 완성될 수 있는 전술이다. 때문에 클롭은 과거 도르트문트 시절 무명에 가까운 원석을 직접 발굴하고 자신의 축구 철학에 맞게 양성했다.

전방에서 압박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찬스를 놓치는 법 없이 확실히 골을 넣어주던 레반도프스키, 상대 진영의 좁은 공간에서 드리블과 패스워크를 통해 차이를 만들어 내던 로이스·괴체·카가와,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는 태클과 볼을 간수하는 능력을 지닌 권도간·벤더 등 모두 클롭이 키워낸 선수다.

문제는 이런 선수를 당장 각 포지션에 두 명이나 구할 수 있느냐다. 지금 리버풀에서 뛰는 선수 중에 이에 적합한 인원이 존재하는 지도 알 수 없다. 리버풀 수뇌부가 클롭에게 영입에 관한 전권을 주고 막강한 자금을 제공하더라도 단 시간에는 모든 선수를 바꿀 수 없다. 때문에 클롭이 리버풀의 감독이 되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경이적인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가 도르트문트를 재건하는데도 수년이 걸렸음을 기억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