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프니까 청춘인데 사랑은 포기말자 ‘션샤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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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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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션샤인 러브'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대학 4년에 군생활을 포함하고 고시에 몇 번 낙방하고 보니 서른. 고시에서 회계사로, 회계사에서 공무원으로 ‘꿈’을 이직하다 보낸 세월이 5년. 어느덧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인 서른 다섯이란 글자가 눈 앞에 보이는 시기의 한길호(오정세)는 앞날이 캄캄하다. 무협지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평소 만화를 보거나 ‘나는 공무원이다’라는 판타지 소설을 인터넷에 연재하고 있다.

김정숙(조은지)은 대학 졸업 후 모든 회사 입사에 실패했지만 이름 때문인지 정수기 회사는 모두 붙었다. 인턴과 사원을 거쳐 대리에 과장까지 단 정숙은 어느날 친구 성희(이미도)가 고시준비생 민구(송삼동)와 3초 하룻밤만에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따지기 위해 길호와 민구를 만난다. 정숙은 길호가 성희를 임신시킨줄 알고 따귀는 때리지만 이내 오해를 풀고 자신이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길호임을 알아본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감정을 그대로 갖고 있던 정숙은 길호에게 여전한 호감을 보이고 길호와 정숙은 동거를 시작한다. 어찌보면 잉여생활을 하고 있던 길호는 ‘이 참에 연애도 좀 하자’라는 생각으로 정숙을 만났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길호는 정숙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이다. 정숙은 길호에게 “나를 사랑하긴 한거니?”라고 묻는다. 광고에나 나올법한 대사인데, 아무도 웃질 않는다. 그만큼 그 대사는 정숙이 길호에게 할 수 있는, 할 법한 말이었기에.
 

[사진=영화 '션샤인 러브' 스틸컷]

영화 ‘션샤인 러브’(감독 조은성·제작 티피에서컴퍼니·필름문)는 현실적이다. 현실에 판타지적인 영상을 넣었다. 길호가 상상하고 써 온 판타지멜로 소설 ‘나는 공무원이다’를 60~70년대 고(故) 이소룡 시절의 영상 스타일로 보여준다. 공무원이라 더 강하고 센 주인공이 위험에 처한 여인을 구하는 상상.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꾸는 판타지인 셈이다.

그래도 영화는 ‘사랑은 포기 말라’고 얘기한다. 무직인 길호가 정숙에게 갖는 자격지심이 현실적이지만, 정말로 길호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정숙의 마음 역시 진짜라고 말한다. 정숙이 툭툭 내뱉는 “돈도 못 버는데 뭐”라는 말도 이해가 되고, 그 말에 상처받고 짜증을 내는 길호도 심정이 헤아려진다. 그래서 ‘사랑은 포기하지 말라’고 역설하는 셈이다.

과장된 연기면 과장되게, 현실적인 연기면 현실적이게 관객에게 보여주는 배우 오정세와, 지난 2000년 영화 ‘눈물’로 데뷔해 15년차 내공을 쌓은 조은지의 호흡은 더할 나위가 없다. 오정세와 조은지가 호흡하는 영화를 한편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공감 100배, 이 시대 청춘이 보면 좋은 ‘션샤인 러브’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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