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수입차 20만대 시대를 진단한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07-02 12:2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나윤석 칼럼니스트(왼쪽), 고태봉(오른쪽)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수입차시장과 국내 업체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임의택 기자]

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수입차 판매가 매월 고공행진이다. 2013년에 15만대를 돌파했고 2014년에 19만대를 넘어선 후 올해 드디어 20만대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수입차 판매가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에 비해서 과열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에 본지는 자동차 전문가 세 분을 초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국내 수입차시장이 대중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과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수입차시장이 커진 데에는 디젤의 인기가 절대적이었다. 시장을 오픈했는데 승용 디젤의 인기가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던 거다. 독일차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의 ‘독일차 찬양’은 공통된 현상이다.

▲나윤석 칼럼니스트=폭스바겐 코리아에 근무할 때 ‘언제쯤이면 우리도 일본처럼 폭스바겐 브랜드가 1등을 할까’를 연구한 적이 있다. 우리는 그 시기를 ‘골프를 사는 게 자연스러울 때’라고 봤고, 7세대 골프가 상륙할 때로 예측했다.

-그렇다면 폭스바겐 코리아의 예측보다 빨리 수입차시장이 대중화된 것 아니냐.

▲나=폭스바겐이 갑자기 성장하게 된 계기는 골프와 디젤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푸조가 디젤 승용차를 한국에 먼저 내놨지만 폭스바겐이 불을 붙였고, BMW가 디젤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더욱 커졌다. 사람들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그걸 정당화하는 이유만 주면 된다. 폭스바겐이 그걸 해낸 거다.

-디젤이 흥행의 이유라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디젤을 내놨을 때는 왜 히트하지 않았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수입차가 아무리 상승세를 보여도 국산차가 방어를 잘했다면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거 같다.

류청희 칼럼니스트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임의택 기자]


▲류청희 칼럼니스트=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국산차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론은 그걸 인정하기 싫은 거다. 수입차 판매가 늘었다고는 해도, 그걸 경험으로 아는 이들은 적다. 아직도 수입차에 대한 환상이 있다는 얘기다.

▲나=수입차 상승세의 이유 중 하나는 ‘유예할부’다. 국산차는 ‘유예리스’는 있어도 ‘유예할부’는 거의 없다. 과거 법인판매가 많았다고 하지만 실은 법인 이름으로 구입해서 개인이 타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는 폭스바겐을 비롯해 개인이 사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폭스바겐은 입문용 수입차라 할 수 있는데, 수입차 판매가 어느 궤도에 올라선 지금도 인기가 높은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나=사실 입문용 수입차의 역할을 일본차가 해줘야 하는데 일본차가 지금 그걸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폭스바겐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판매가 급증할 경우 고객들은 서비스 때문에 애를 먹는다.

-수입차의 서비스에 대해 말이 많은데도 판매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사진=임의택 기자]

▲고=아직은 서비스에 크게 비중을 안 두는 이들이 대다수다. 수입차에 대한 황홀경에 빠진 이들도 많다는 거다. 나는 BMW 528i와 현대 제네시스를 타는데, 제네시스 오디오 음질이 훨씬 좋다. 그럼 ‘제네시스 오디오가 좋다고 BMW보다 제네시스를 선호할 것이냐’라고 질문할 경우 뭐라고 하겠나. 대다수는 ‘BMW 사서 오디오 바꾼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입차를 대신할 국산차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고=결국 소비를 가르는 건 TCO(total cost of ownership, 총 유지비용)가 될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 엄청 까다롭기 때문에 TCO가 안 맞으면 수입차 구매를 안 할 것이다. 아직은 수입차에 대한 황홀경에 빠져 있다고 본다. 문제는 C 세그먼트(현대 아반떼 급 준중형차)다. 이 시장을 수입차가 장악하면 끝이다.

현대차는 디젤을 구입하려는 이들을 분석할 때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상황에서 TCO를 따져볼 경우 폭스바겐 골프까지가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차였다. 현대차가 쏘나타 디젤보다 그랜저 디젤을 먼저 내놓은 것도 수입차에 대항하기 위함이었다.

▲나=미니(MINI)의 경우 B 세그먼트 차인데, 가격으로 보면 B 세그먼트 차가 아니다. 폭스바겐 폴로가 거기에 해당하는 차인데, 내가 생각하는 시기보다 빨리 들어왔다. 그래서 7세대 골프에 묻혀버렸다.

-주제를 바꿔보자. 기사를 보면 현대기아차에 대한 악플이 항상 달린다. 심지어 아무 상관 없는 수입차에도 달리는데 그 이유는 뭔가.

▲고=내가 알기론 BMW 7시리즈, 아우디 A8 타는 이들은 그런 댓글을 안 단다. 수입차의 실제 구매층하고 댓글 다는 이들이 많이 다르다는 얘기다. 국내 여론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돌을 맞고 있지만, ‘BRICs’ 같은 이머징 마켓에서는 우리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일본도 놓치고 있는 시장이다.

▲나=유럽 기업도 제 3세계에 진출할 때 현대기아차 분석을 많이 한다. 폴로 글로벌도 그렇게 탄생한 차다.

-마지막으로, 수입차와 현대기아차의 경쟁은 어떻게 펼쳐질 것으로 보나.

나윤석 칼럼니스트.[사진=임의택 기자]


▲나=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70%가 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본다. 앞으로는 시장이 더욱 다변화될 것이다.

▲류=조만간 시장에서 큰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그런 일이 있다면 아마도 수입차 파이낸셜 서비스 쪽일 것이다. 담보 물건들이 쌓여 있고 본사와 교차 물건들이 많다. 딜러들이 힘들어 하는데 이들의 저항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류=영국과 이탈리아처럼 자국 메이커가 무너진 케이스가 있지만, 그들은 차를 형편없이 만들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고=현대차가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했는데, 제네시스 아래급 모델부터는 본격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나아갈 것이다. 섣불리 ‘럭셔리’를 주장했다면 혼다의 ‘어큐라’ 같은 꼴이 났다. 현대가 아직 럭셔리 브랜드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