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엔저·메르스에 한국경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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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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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엔화 약세로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내수마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으로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이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역시 메르스 사태의 진행 여부에 따라 그 내용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초엔저로 경쟁력 약화…수출 5개월 연속 감소

그간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42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9% 감소했다.

수출액은 1월 0.9%, 2월 3.3%, 3월 4.3%, 4월 8.0% 줄어들었고 5월 들어서도 10% 이상 감소하는 등 갈수록 수출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양적 완화에 따른 초엔저 현상이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2013년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30% 가까이 떨어졌다. 엔화 대비 원화가치는 지난 1년간 12% 올랐다.

이에 자동차·철강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커 다른 나라의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 품목이 엔저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애초 기대를 밑돌면서 일본은행이 최대 목표로 내세운 물가상승률 2%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연구실장은 "일본의 공격적인 수출단가 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엔저의 피해가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그동안 수출단가를 인하하지 않았던 섬유, 기계, 운송장비 산업을 중심으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향후 2∼3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한국의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자칫하면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발생했던 1997년과 2008년의 금융위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메르스 사태로 내수 회복세 '찬물'

오랜 기간 침체됐던 국내 소비가 조금씩이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로 다시 고꾸라질 위기에 빠졌다.

우선 중동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메르스가 가장 많이 발생한데다 국내 환자가 중국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관광·유통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국내 소비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등 전염병이 생겼을 당시 관련국의 경제성장률이 급락했다.

사스 발병지였던 홍콩의 성장률은 2003년 1분기에 4.1%였지만 2분기에 -0.9% 내려갔다. 중국은 같은 기간에 10.8%에서 7.9%로 성장률이 급락했다.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 한국 여행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9% 감소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게 되면 유통업종이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메르스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이달 말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역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도 관측된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발전전략' 세미나에서 "메르스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계 부처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차관은 "일단 메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련 부처와 기관이 합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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