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착않여’ 채시라 “현숙 역, 여한 없이 쏟아 부어…95점 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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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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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걸까. 1980년대 스타 레이프 가렛을 사랑하던 꿈 많은 소녀 현숙(채시라)의 삶은 풀어볼 엄두도 나지 않도록 지저분하게 엉켰다.

현숙은 레이프 가렛에 반해 그의 내한공연에 찾아갔지만, 한 기자에 의해 ‘여성들의 광기 어린 난동’이라 보도되는 바람에 학교에서 정학 처분을 받는다. 사이가 좋지 않은 담임 나말년(서이숙)과의 사이를 풀고자 선물한 스카프가 도난 물품임이 밝혀지며 오해도 제대로 풀어보지 못하고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만다.

현숙은 고교시절 잘못 꿴 첫 단추 때문에 이후의 삶을 몽땅 도난당한다. 엄마가 모아놓은 재산을 날리고, 도박에 손을 댔다가 자살시도까지 하게 되는 그의 인생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 고통스러웠다.

“현숙이는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인물이에요. 정도 많고, 이리저리 치이기만 하고…. 똑똑한 것 같은데도 사실 별 도움도 안 되면서, 불쑥불쑥 행동하곤 하죠. 열정은 많은데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아이에요. 내 의지와는 달리 나쁘게만 풀리니까요. 나는 왜 이럴까 자학하면서. 하지만 현숙이는 우리 주변에 많이 있는 보통 사람이에요. 다분히 인간적인 아이죠.”

[사진=남궁진웅 timeid@]

19일 KBS2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연출 유현기 한상우)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아주경제와 만난 배우 채시라는 현숙에 대해 ‘가장 보통의 사람’이라며 애틋한 마음을 내비쳤다.

솔직하고 거짓말이 서툴며 순진한 사람. 늘 우등생 언니 현정(도지원)과 비교당하며 살아온 그는 내세울 게 없지만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늘 전전긍긍한다. 그동안 눌러놓고 살아온 과거의 울화가 다 삭혀진 것 같지 않은 ‘휴화산’ 같은 인물. 현숙은 열등감을 가진 인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아픔을 가진 캐릭터였다.

이리저리 꼬여버린 현숙은 이 세상 루저들을 대변했지만, 늘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채시라에게 현숙은 조금 낯선 인물일지도 몰랐다. “톱스타 채시라가 연기하는 루저”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그는 “꼭 경험해야만 그 인물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 그 감정을 충실히 이행하면 되는 거예요. 제가 꼭 그 경험을 해야 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 상황에 들어가 보면 자연스럽게 빠지게 돼요. 옥상에서도 그렇고, 돈을 잃었을 때도 그렇고요. 대본에 나와 있는 것들을 얼마만큼 충실하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죠.”

“작가가 그렇게 쓴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애드리브보다는 대본에 충실한 배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작가와 연출이 그리고자 하는 대로 정직한” 연기를 하는 채시라지만 이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자신이 짜놓은 디테일을 가미하기도 했다.

“글로 쓴 것과 살아서 움직이는 건 차이가 있어요. 거기에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는 아니니까요. 대본을 보면서도 이따금 ‘현숙이라면 이럴 거야’ 싶은 부분이 있었어요. 현숙이가 검정고시를 보러 가는 장면이 그랬었죠. 사실 대본에는 정구민(박혁권)이 애정표현을 하면 그냥 고사장으로 들어가 버리는 거였는데, 구민이와의 신이 마지막이고 화답을 하고 싶어서 짧게 입맞춤 하는 해석을 더했죠. 현숙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게 맞는 것 같았어요.”

탄탄하고 섬세하기로 소문난 김인영 작가의 대본이었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세세하기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채시라는 “더 극적으로 위기감 있게, 처절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1화부터 4화까지 현숙이의 활약이 컸잖아요. 현숙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몰입 덕분에 이후 8부까지, 현숙의 감정이나 매력들이 쏟아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남궁진웅 timeid@]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휘청거리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를 담은 드라마.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얻어왔던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용서와 화해라는 결말을 그려내며 마지막까지 따듯한 마무리를 지었다.

“이번 작품은 그냥 다른 드라마하고는 달랐던 것 같아요. 환경이나 배우들, 연출이며 대본, 스태프들까지 전부요. 이런 좋은 드라마를 선택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 싶기도 해요. 드라마가 끝나고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용서와 화해라는 부분을 마음에 새겨 넣었죠. 앞으로 살아가면서 저의 태도를 살피고, 더 마음에 넣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늘 새로운 캐릭터를 찾고, 연기에 변화를 주고자 노력하는 채시라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대본을 접하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피부로 느껴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드라마도 내게 올 운명이었다”며 웃었다. 그의 말, 그의 표정, 그의 몸짓에서 작품에 대한, 동료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채시라에게 “드라마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정말 좋아했고, 여한 없이 쏟아부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해사하게 웃으며 “95점”이라고 자신한다.

“저를 다 쏟아부었으니까요. 제 역할을 충실히 다 해냈으니 그 정도는 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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