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이 남북 언어 격차 줄이기에 나선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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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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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발개돌이, 가마치, 삯발이, 닭유찜, 위생실….'

한글로 쓰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해되지 않는 이 단어들은 현재 북한에서는 익숙한 단어들이다. 이를 한국어로 바꾸면 각각 개구쟁이, 누룽지, 서비스, 치킨, 화장실이 된다. 같은 한글임에도 불구하고 뜻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개구쟁이(발개돌이) 누룽지(가마치)처럼 표현 자체가 다른 경우가 있고, 서비스(삯발이), 치킨(닭유찜) 처럼 한국 사회에서 흔히 쓰는 외래어가 북한에서는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남북한 언어 차이가 생활언어는 30~40%, 전문용어는 60% 이상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2012년 발간한 ‘탈북주민 한국어 사용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남한에서 쓰는 단어의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에 비해 문화적 이질감에 더 예민할 수 있는 탈북 청소년 학생들의 언어 장벽 문제는 향후 이들의 원활한 정착과 성장을 위해서 해결되어야 할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제일기획은 이러한 탈북 학생들의 언어 정착을 돕고자 비영리 교육봉사법인 드림터치포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남북한 단어를 자동 변환해 주는 애플리케이션‘글동무’를 최근 개발했다.

글동무 앱은 일종의 디지털 사전이다. 현재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3종에서 추출한 단어 및 생활어 등 약 3600 단어를 대상으로 단어 풀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남북한 언어차이 주요 사례


제일기획은 앱 개발 배경으로 △남북한 언어 이질성 심화 △탈북 고등학생들의 학업 부적응 문제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당위성을 꼽았다.

이에 따르면 분단 이후 60여 년이 흐르면서 남북한의 서로 다른 언어 정책은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 현상으로 변화했다. 북한은 1949년 일본어는 물론 한자와 영어사용도 폐지하는 순한글 우선 정책을 추진했고 1966년에는 평양말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어’를 표준어로 지정하여 언어와 표기법을 개정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시기 영어와 한자 사용을 계속하면서 서울말을 표준어로 지정했기 때문에 이미 분단 초기부터 언어 이질화가 시작된 셈이다.

또한 한국사회가 산업화/국제화를 겪으면서 외래어와 영어, 신조어의 사용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한 점이다. 특히 IT관련 용어의 경우, 표기법은 물론 사용 단어의 숫자에서도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그 결과 IT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탈북 주민들의 언어적 이질감도 점점 커지게 됐다.

결정적으로 남북한간 문화적 차이가 심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말도 달라졌다. 북한에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적 유교문화와 집단주의, 병영문화 등은 서양식 개인주의와 자본주의가 자리 잡힌 한국 문화와 이질성이 크다. 때문에 언어가 통해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 탈북 주민들을 위한 언어 정착 지원이 단순히 사전적 의미를 교육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접근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제일기획은 이 앱을 통해 탈북 고등학생들이 학업 부적응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탈북 학생 수는 현재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의 ‘2014년 탈북 학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8년 966명에 불과했던 탈북 학생은 지난 해 2183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중에서 초등학생이 1128명(51.7%), 중학생이 684명(31.3%), 고등학생이 371명(17.0%)으로 학령이 높아질수록 비율이 낮았다.

그러나 중간에 학업을 그만두는 비율은 지난 해 기준으로 초등학생이 0.6%, 중학생이 3.1%, 고등학생이 7.5%로 오히려 학령이 높을수록 학업에서 중도 탈락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 제공]


이렇게 중도탈락 비율이 차이가 나는 까닭은 탈북 학생들의 출생지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기준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중국 등 제 3국 출생 비율이 각각 52.7%와 54.2%로 절반 이상인데 반해 고등학생은 그 비율이 3.8%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탈북 고등학생들의 경우 북한에서 태어나 곧바로 한국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이미 언어적 차이가 굳어진 상황에서 적응 시간마저 짧았다는 것이다.

이에 고등학교 국어교과서를 기반으로 구성된 글동무 앱은 향후 사회, 과학 교과서로 그 대상을 넓혀 단어 검색 범위를 넓혀 나감과 동시에 언론 매체에 보도된 일반 생활어를 대상으로도 추출 작업을 진행해 그 활용도를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민족’,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정체성 확립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적 일체감이다. 따라서 탈북 학생들의 언어 정착 문제는 이념과 상관없이 해결되어야 할 당위성이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이질감이 더욱 심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늦기 전에 누군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만 대다수 탈북 학생들이 신변 노출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실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들의 언어 정착은 탈북 학생들이 개인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동시에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도움을 얻을 있는 지원 방법이어야 한다.

글동무 앱은 바로 이러한 조건을 고려하여 개발됐다. 1차 개발 이후 꾸준한 콘텐츠 추가 및 개선 작업이 진행될수록 글동무 앱의 활용가치 또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탈북 주민 전체의 언어 정착 지원뿐 아니라, 남북한 언어 차이에 대한 상호 이해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글동무 앱은 탈북 주민들의 참여 하에 진행되었다. 먼저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 중에서 북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단어를 추출해서 1차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은 탈북민 출신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그리고 한층 정확도를 기해야 하는 2차 감수는 북한에서 교사 또는 의사 경력이 있는 전문 자문 위원들이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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