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시를 읽다](40) 모든 길은 '정저우'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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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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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성 정저우 개요[그래픽=아주경제 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올해 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에서 고속철 건설은 주요 정책 토론 대상이었다. 특히 허난(河南)성 셰푸잔(謝伏瞻) 성장이 제안한 ‘쌀미(米)’자 형 고속철 건설 구상은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의 극찬을 받았다. 허난성 성도 정저우(鄭州)를 중심으로 방사형 고속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이 계획은 정저우가 중국 대륙의 중심, 중원에 위치해 있기에 가능한 구상이었다.

허난성 정저우는 중국 삼국지 속 영웅 원소와 조조가 대륙의 패권을 둘러싸고 벌인 관도대전(官渡大戰)이 벌어진 무대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조조는 당시 소규모 병력으로 원소의 10만 대군을 물리침으로써 천하제패의 기반을 닦았다. 중원을 지배하는 자가 천하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 이곳은 역사 속 영웅들의 '병가필쟁지지(兵家必爭之地)'였다.

‘중국 식량창고’로 불리는 허난성에 소재한 정저우는 드넓은 평야와 기름진 옥토로 둘러싸여 있어서 예로부터 곡물·농산물 등 물자가 풍부했다. 이에 신 중국 설립 후에는 중국 주요 경공업기지로 육성됐다. 중국 주요 면화 재배지였던 정저우에는 방직·직물산업 등이 집중 발전했다.

1954년 정저우에 중국 제1면직공장이 건설됐다. 이후 정저우에는 잇달아 5개 면직공장 들어섰다. 당시 정저우 시내면적보다 공장 건설면적이 컸을 정도다. 1948년 겨우 300만 위안에 불과했던 정저우 산업생산액은 1957년 4억 위안으로 100배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개혁개방 바람을 타고 동부 연해지역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정저우는 노후 공업기지로 전락했다. 정저우는 공업기지에서 상업 물류중심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했다. 풍부한 물자와 중국 동서남북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라는 장점을 살려 ‘동방의 시카고’가 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1999년 허난성 성장 자리에 오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낙후된 정저우의 도시화에 박차를 가했다. 정저우 동쪽지역에 정둥신구(鄭東新區)를 만들고 상업중심지로 육성했다. 2004년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제창한 내륙발전 계획인 '중부굴기' 전략도 정저우 경제 발전에 힘을 실어줬다.

정저우의 최대 경쟁력은 중국 대륙을 동서남북으로 통하는 교통의 십자로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중국 대륙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징광(京廣)철도와 롄윈강~우루무치까지 동서로 횡단하는 룽하이(隴海)철도가 모두 정저우에서 만나기 때문. 

지난 2013년 7월엔 정저우~독일 함부르크까지 운행하는 정저우-유럽 국제화물철도가 개통됐다. 1만214㎞ 거리를 운행하는 데 단 16일이 소요되는 이 국제화물철도 개통으로 정저우는 국제적인 물류 중심지로 떠올랐다. UPS, DHL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이 정저우로 몰려들었다.

정저우 상업물류 허브로서의 중요성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정저우 공항 화물물동량은 37만t으로 전년 대비 44.86%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율만 보면 중국 1위다.  국제화물 비중도 전체 화물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정저우공항은 지난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총 1만6000t 규모 전자제품 중계화물 사업도 수주했다. 광둥성 주하이에서 생산된 MS 전자제품은 철도로 정저우까지 운반돼 유럽·미국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정저우 가격’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지난 1990년 10월 중국 최초로 탄생한 정저우 상품거래소에서는 소맥. 면화. 백설탕 등이 거래된다. 여기서 거래되는 주요 곡물 가격은 ‘정저우 가격’으로 이미 국제 농산품 가격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지난 2013년 기준 정저우 상품거래소 선물거래량은 5억2000만건, 거래액은 18조8000여억 위안에 달했다. 전세계 상품거래소 중 13위다. 정저우 상품거래소는 오는 2017년까지 선물거래량 기준 전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들어서 정저우는 전자상거래 중심지로도 부상하고 있다. 2013년 정저우는 닝보·상하이·충칭·항저우 등과 함께 중국 국제 전자상거래 시범도시로 선정됐다. 정저우는 연간 거래액 300억 위안 이상의 전자상거래 기업 1~2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제2, 제3의 알리바바가 정저우에서 탄생할 수도 있는 것. 지난 해 정저우 전자상거래액 2200억 위안(약 40조원), 온라인쇼핑액 280억 위안에 달했다. 정저우 전체 소매판매액의 10% 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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