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엔터비즈] 내일도 칸타빌레 vs 미생…PPL, 피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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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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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N, KBS]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상황1. 클래식에 대한 꿈을 키워가며 열정을 불태우는 청춘들의 성장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늘 알로에즙을 손에 쥐고 있다. 스테이크 숙성 기능이 겸비된 냉장고는 늘 주인공의 집에 대기 중이다. 바이올린 소리로 예술의 전당을 가득 채우겠다는 학생의 아버지는 여자주인공을 위해 한 레스토랑의 목살스테이크를 대접한다.

#상황2.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녹여낸 드라마 속 사무실에는 책상 가득 사무용품이 놓여있다. 복사기 옆에는 A4용지가 박스째 쌓여있고, 책상과 컴퓨터 모니터 앞에는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탕비실에는 커피믹스가 빼곡히 차 있고, 거래처와의 '술 전투'에 이기기 위해 막내사원은 숙취해서음료를 미리 챙겨둔다.
 

[사진제공=tvN, KBS]
 

드라마 제작에서 어느새 PPL은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가 됐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출연자의 몸값을 위해, 좀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제작진은 PPL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시청자 역시 드라마의 이런 환경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느냐, 물 흐르듯 지나가느냐는 오롯이 제작진의 능력에 달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KBS2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극본 박필주 신재원·연출 한상우 이정미)와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만 갖고 있을 뿐 전혀 다른 반응을 얻고 있다.

클래식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내일도 칸타빌레'는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휘청대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나친 PPL까지 더해지니 시청자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

원작에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전개와 달리 드라마로 재탄생한 '내일도 칸타빌레'는 주변인물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남자 주인공 차유진(주원)의 어머니 양선영(이아현)이 운영하는 카페 드롭탑은 선영의 친구이자 대학교 학장 송미나(예지원)가 자주 방문하는 곳이자, 최민희(도희)가 아르바이트하는 카페다. 유일락(고경표)의 집은 아예 서가앤쿡이다. 설내일(심은경)에게 협연을 제안하고, 음식을 좋아하는 내일을 위해 일락의 아버지는 친절하게 메뉴들을 소개한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PPL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차유진이 즐겨 만드는 음식은 참치볶음밥. 그가 요리할 때마다 서랍장에는 동원참치 통조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내일은 자신이 좋아하는 유진에게 마음을 표현하고자 마임화장품에서 새로 출시된 알로쥬스를 건넨다.

아무 연관성 없이 계속되는 PPL은 시청자에게 '이상한 장면'으로 인식되고, 결국 몰입도를 해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생'은 세트장부터 리얼함을 강조한 '미생'은 극중 원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에 맞춰 휴대전화, 책, 문서, 커피까지 사무실에서 직접 쓰는 용품을 배치했다. 접대에 나서기 직전 숙취해소음료를 들이켜고, 쉬는 시간마다 믹스커피를 마시며 사무실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복사기 옆에 쌓인 복사용지, 외국 바이어와의 약속 전 마시는 홍상 농축액, 회의실에 채워진 물은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오히려 "저게 소품이 아니라 PPL이었어?"라는 반응을 얻을 정도.

김원석PD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드라마와 어울리는 협찬만 받도록 방송사 측에 주문했다고. 거액의 제작비를 제공해준다고 해도 드라마의 방향과 다르거나 어색한 제품이 있다면 받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적재적소에 갖춰진 아이템은 오히려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작은 것 하나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미생', 그리고 원작을 기본으로 엉뚱한 길로 향하는 '내일도 칸타빌레'. 앞으로 제작되는 드라마가 어떤 방향으로 PPL을 사용해야 할 지는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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