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리뷰] '명량'에 있고 '군도'에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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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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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명량' '군도' 포스터]

아주경제 홍종선 기자 =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28일까지 363만명의 관객이 봤다. 그리고 오늘 30일 영화 '명량'이 공개된다. '군도'를 재미있게 봤다면 '명량'을 권한다, 한층 더 뜨거운 액션을 맛볼 수 있다. '군도'를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면 더욱 '명량'을 추천한다. '군도'가 놓친 걸 '명량'이 잡았다. 물론 모든 선택과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 심장 뛰는 액션

윤종빈 감독은 '군도'에 대한 연출의 변으로 심장 뛰는 액션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화 한 건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다.

'군도'에는 검과 도, 창칼과 쇠구슬, 활 등 다양한 무기가 등장하고 와이어를 쓰지 않은 칼액션, 심지어 화면 분절 없이 완성된 롱테이크 액션이 스크린을 장식한다. 윤종빈 감독은 기존의 평면그림콘티에서 벗어나 무술배우들이 먼저 합을 맞추고 이를 영상으로 찍은 디지털액션콘티까지 도입하며 조선활극 액션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눈요깃거리'다. 특히나 다른 배우들보다 앞서 훈련에 돌입, 액션에 힘을 쏟은 강동원의 검무와도 같은 현란한 검투 신에서 정점을 찍는다.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으로 떼도둑(군도) 쯤은 혼자서 해결하는 그야말로 일당백의 능력자 조윤(강동원)의 현실감 넘치는 검투 실력과 이를 더 돋보이게 하는 강동원의 길쭉한 팔다리와 '기럭지'가 아름답다.

'명량'의 액션은 보다 둔탁하고, 예리한 눈길의 관객에게는 해전 CG(컴퓨터그래픽)의 '옥에 티'가 훤히 보일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김한민은 액션이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하는 '제1 원소'가 무엇인지 아는 감독이다.

김한민 감독은 액션에 감성을 입혔다. 죽음 직전까지 고문한 임금이건만 군인의 도(道)는 충(忠)이라며 자신을 죽이지 않고는 왕이 있는 한양으로 곧장은 못 보내겠다는 결사의 각오로 명량해전에 임하는 이순신, 필패가 필연으로 느껴지는 전장에서 개죽음 당하기 싫어 공포에 떨었지만 먼저 목숨을 내놓고 선봉에 서는 이순신을 보며 두려움을 갑절의 용기를 바꾸는 장수와 병사들, 제 남편이 죽을 걸 알면서도 이순신과 백성을 지키지도 않는 나라를 구하겠다고 치마를 벗어 흔드는 아낙과 이를 지켜보며 피난길을 버리고 소용돌이 휘몰아치는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을 통해서다.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감동과 눈물이 심장을 뛰게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사진=영화 '명량' '군도' 스틸 이미지]


◇ 조연과 헷갈리지 않는 확실한 주연

배우 하정우를 보러 갔다가 강동원을 보는 게 '군도'이다. 영화를 본 한 관객은 '윤종빈이 하정우 티켓 파워로 강동원을 띄웠네'라고 일갈했다. 삭발하고 전국을 돌며 7개월을 촬영했다니까, '이번엔 또 어떤 연기일까' 믿고 보고 기대케 하는 하정우니까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영화의 제목이 엄연히 '군도: 민란의 시대'이다.

윤종빈 감독의 유별난 애정과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은 강동원은 분명 꽤 큰 관람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영화 전체가 흔들렸다. 돌무치(하정우)를 위시한 군도를 대신해 서얼 조윤이 부각되면서 19세기 흔들리는 조선에서 새 세상을 꿈꾸던 민초들의 분노와 열망, 뜨거운 가슴이 증발됐다. 이쯤 되면 영화 제목이 '서얼: 조윤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명량'의 배우 류승룡과 조진웅은 보통 큰 에너지를 지닌 배우들이 아니다. 그러나 최민식을 넘어서지 않는다. 선배에 대한 존경이 아니다. 스토리의 중심이 이순신, 그와 함께 결사항전을 치른 조선의 백성들(무기를 든 관병도 의병도, 노를 저은 격군도, 백의종군한 민초도, 이순신도 조선의 백성이다)에 있어야 함을 잊지 않았다. 아니 일본 장수를 맡은 김명곤, 류승룡, 조진웅이 연기를 잘할수록 이순신과 조선의 백성은 빛이 나고 영화는 더 재미있다. 그야말로 윈-윈(win-win)이다.
 

[사진= 영화 '명량' '군도' 포스터]


◇ 적(敵)인지 아(我)인지 명확한 대척점

'군도'의 민초들은 누구를 향해 칼을 겨눈 것일까. 부패한 탐관오리와 자신들의 뼛골을 빨아먹는 지주, 그리고 이를 방치하다 못해 부추긴 조정을 향한 일어섬일 것이고 배 곯은 백성을 위한 도적질일 것. 극 초반 이러한 설정은 몇 차례의 도적질을 통해 설명이 되기는 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대립각을 세우는 군도의 적은 패악한 지주 조윤이다.

'콩쥐팥쥐' '미녀와 야수'를 비롯해 숱한 동화와 설화 속에서 미=선, 추=악이라는 원형이 반복된 영향일까. 아름다운 조윤이 별의별 악행을 저질러도 '악의 축'으로 보이질 않는다. 서자로서 겪는 설움이 크게 보이고, 아기와 핏줄 앞에서는 약해지는 모습에 연민마저 일더니 끝내는 그 또한 흔들리는 조선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또 하나의 억눌린 자로 읽힌다. 심지어 그 어느 떼도둑 일원보다 가장 치열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열정을 지니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인물로 '빛난다'.

조윤을 연기한 배우 강동원 입장에서는 '이유 있는 악역'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완성한 것이고, 이를 디렉팅한 윤종빈 감독 입장에서는 구태의연한 선악대결이 아닌 신선한 대립지점과 보다 현실에 가까운 설정을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모호한 대결구도에 맥이 빠진다. 새 시대를 꿈꾸는 역사대중에 의한 혁명의 시대, 민란의 시대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감독이 힘을 준 캐릭터는 그만한 힘을 지닌다, 결국 조윤과 군도의 '힘의 균형'은 깨져 저울이 조윤에게로 기울었다. 제목과 정반대로 간 윤종빈의 길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김한민 감독은 영민했다. 한국 대 일본이라는 대립항은 언제든 보는 이의 피를 끓게 하는 대척점이다. 하물며 풍전등화, 일본이 몰고 온 바람은 거세도 우리가 쥐어든 등잔의 불빛은 미약하기 그지 없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이 불에 타고 이순신(최민식)이 피를 토하고 칼을 맞을수록, 구루지마(류성룡)의 살기가 막강할수록 영화의 감정은 더욱 뜨겁게 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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