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살균유는 사실상 멸균유" … 우유 수출 중단 이유는 '살균공법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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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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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 기자 = 한국 유업체들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유일한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12일 국내 유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일부터 국내 살균유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한국 우유가 중국 정부에서 규정한 살균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는 살균유의 기준을 HTST(high temperature shot time) 살균 공법에 의해 생산된 우유로 한정하고 있다. HTST 공법이란 75도 이상에서 10분 내외로 살균하는 공법을 의미한다.

살균 온도가 132도가 넘게 되면 멸균유에 해당한다.

중국의 기준과 달리 국내 살균유는 UHT(ultra-high temperature) 살균 공법(130도 이상에 1~2초간 살균)으로 생산된다.

때문에 중국은 국내에서 생산된 우유가 멸균유라며 수입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유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살균 공법을 변경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새로운 살균 공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설 투자가 불가피하고, 살균 시간이 600배 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져 사실상 제품 생산이 힘들기 때문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출량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생산 시설까지 바꿀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 움직임에 국내 유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국내 우유 소비량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사실상 내수시장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살균유의 유통기한이 1주일 가량인 것을 감안할 때 국내 유업체가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일본과 중국 등으로 한정된다. 국내 생산 공장에서 최소 1~2일 내에 현지 소매점에 공급돼야 판매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일본의 우유산업은 사실상 과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산 우유 수입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중국이 사실상 유일한 수입 국가이다.

이렇다보니 국내 유업체들은 최근들어 중국 수출을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10주 가량 유통이 가능한 멸균유를 중국 등 여러 국가에 수출해왔지만, 신선도와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지 유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지리적 이점으로 유일하게 살균유 판매가 가능한 중국을 수출 1호 국가로 삼았다.

현재 연세우유가 매월 10억원, 서울우유가 4억원 가량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아직 금액은 미미하지만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도가 급상승하고 있어, 향후 대중국 수출은 장밋빛이 점쳐졌다.

연세우유와 서울우유에 비해 중국 수출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남양유업도 최근 중국 현지 유통기업과 MOU를 맺고, 중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국내 유업체들은 별다른 대응도 못하고 해외사업을 접어야만 할 처지에 놓였다.

유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흰우유 수출 사업이 활기를 찾고 있는데, 전면 중단돼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정부 당국 간 협의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업체로서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해당업체,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검역본부 등과 함께 중국 당국에 제출할 자료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일부 유제품 업체의 중국 수출은 정부 협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후속대책 마련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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