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상도의’ 외치던 LG유플러스, 제조사 ‘옥죄기’로 돌아선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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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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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LG유플러스 매장 [사진=박현준 기자]


아주경제 송종호ㆍ박현준 기자 = “상도에 어긋나는 일.”

유필계 대외협력(CR)전략실장 부사장은 지난 2일 SK텔레콤이 동일한 성격의 무제한 요금제를 같은 날 발표하자 이 같이 지적했다. 이날 그는 “3위 사업자가 공들여 만든 요금제를 CEO가 직접 발표하는 자리를 갖는데 1위 사업자가 비슷한 요금제 출시를 발표하는 것은 상도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발끈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최근 이 같은 입장에서 180도 돌아서 스마트폰 3위 사업자를 옥죄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8일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택’을 살리겠다며 전략 스마트폰 ‘베가 시크릿업’의 출고가 인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베가 시크릿업은 95만 4800원에서 37% 인하한 59만 9500원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팬택이 SK텔레콤과 KT와도 시크릿업 출고가 인하를 협의하던 중에 LG유플러스가 일방적으로 발표를 하면서 제조사를 배려하지 않은 지나친 처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출고가 인하 발표가 LG유플러스 기대와 달리 흘러가자 회사 관계자는 “출고가 인하로 제품이 많이 팔리면 어려움을 겪는 팬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팬택은 이 같은 입장을 반박했다. 이 날 팬택은 “출고가 인하가 판매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출고가를 인하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재고 보상 금액이 지출되어야 하고 선 구매 물량이 약속 되어야 하기에 반대를 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 날 이후에도 LG유플러스는 출고가 인하가 결과적으로 팬택의 이익을 우선시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주말 동안 서울 및 경기지역 휴대폰 매장을 돌아본 결과 실제 시장 상황은 LG유플러스의 전망과는 상당히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일 오후 종로구에 있는 LG유플러스 직영 매장을 찾았다. 매장 판매대에는 ‘갤럭시S5’만 전시됐을 뿐 시크릿업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매장 직원에게 묻고서야 시크릿업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시크릿업은 LG가 가격은 가장 저렴할 것”라면서도 제품은 삼성 갤럭시S5를 추천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직영 매장도 시크릿업에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매장 직원은 처음에 갤럭시S5를 보여주다가 시크릿업을 문의하고 나서야 “이 제품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LG유플러스 직영 매장에서는 회사 측이 강조하던 팬택의 스마트폰 활성화를 위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20일에는 경기도 지역 매장을 둘러봤다. 이곳에서는 출고가 인하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매장 직원은 “출고가 이후에도 판매량에는 변함이 없다”며 “원래 팔리던 만큼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매장 관계자도 “베가 시크릿업은 팬택의 최신폰으로 원래 잘 팔리던 폰이다”라며 “출고가 인하 이후 판매량에 큰 변화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일부에서는 LG유플러스가 오는 27일 영업정지 재개를 앞두고 3위 사업자를 상대로 무리하게 출고가를 인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만난 한 휴대폰 매장 관계자는 “출고가 인하가 제조사를 살리는 길이면 LG유플러스는 같은 계열사인 LG전자의 G2 출고가 인하를 단행하는 것이 맞다”며 “관계사에는 재고 보상금 부담을 주기는 싫고 영업정지 전에 가격 마케팅을 하려니 3위 사업자를 타깃으로 정한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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