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0년간 붓놀이' 오수환화백 "멈춰서 보자, 그래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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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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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영미술관서 37회 개인전...12월 9일까지

오수환. Variation.캔버스에 유화.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이게 그림이야?.라고 물어본다면 어떤 말을 해주실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바로 그 지점, 이것도 그림이야?라는 질문부터 출발한다"며 "내 작품은 물질화되고 이데올로기적이고 폭력적인 그런것들을 되돌이켜보는 중성적인 장소, 화해의 장소"라고 말했다.

그림인지, 낙서인지모를 작품처럼, '애매모호하면서 철학적이기도 한 말'로 자신의 작업세계로 이끄는 그는 오수환화백(66·서울여대 미대 명예교수)이다.

오수환화백 ./사진=박현주기자
"대립하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 사이에 길이 있다고 봅니다."

16일 인사동 한식당에서 만난 그는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이분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상과의 관계, 결국 하나인데, 구분하니까 문제입니다. 그런 것들을 무화시켜서 의미보다는 무의미한 것, 물질보다는 자연속에 근접할때 그래야 대상이 보이지요."

하지만, 그의 작품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다. 3m 크기 대형 화면엔 캔버스와 대결한 듯한 흔적이 역력하다.

마구 그린듯 격렬한 붓질이 있는가하면, 절제된 붓질속 팽팽한 긴장감도 엿보인다.

오 화백은 "구석기시대 청동기 시대 유물을 보기 좋아한다"고 했다. 원시성이 느껴지는 그림이 나온 배경인듯도 했다.

아무런 형태도 없이, 그냥 휘두른듯 그린 그림은 "무슨 의미일까, 더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의미의 구조에 눌려서 강요당하지 않나"라며 "멈추어서 생각해보자. 그래야 대상이 보인다"고 했다.

“나는 원시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인간본성과 원시성이 늘 관심사죠. 현대사회는 고통스럽고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 처방은 본성의 문제, 근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할 겁니다. 저의 작업은 기호를 통해서 무無화시키는, 즉 의미 없는 기호를 통해서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를 무화시킴으로써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거죠."



느긋한 인상과 달리 예측불가능한 그의 작품, 변화, 변주(Variation)는 '언중유골'처럼 '화畵중유골'같다. 툭치고 나간 붓질엔 지방은 제거된 단단한 근육질이 느껴진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오수환의 작업여정은 시류와는 거리를 두고 작업하며 '유화를 통해 그리기의 추상화'를 지속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을 일러 선의 유희라 할 만큼, 지난 40년간 줄기차게 시도하고 있는 붓의 연습과 놀이는 지금도 여전하게 진행형이다. 오화백의 추상화는 1980년대와 90년대 '곡신'에서 90년대 중반 '침묵'을 거쳐 지난 6년전부터 'Variation'으로 이동했다.
'서화의 미학과 유화의 미학'이 결합된 그의 작업은 '유화와 지필묵의 상호매체성을 탐구'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일체의 장식적인, 그리고 과잉의 감각, 감정, 욕망의 요소를 배제한 작품. 오화백은 자신을 작품을 두고 "물질주의 지배 폭력성 부정성을 비판한다"고 했다.

오수환화백./사진=박현주기자
그는 "순수한 자신의 것이란 추상적일수 밖에 없는 것,초라한 것 무기력한 제스쳐, 비명 아기들의 표현만이 남는다" 며 ""두개의 피카소는 필요없지 않는가" 라고 반문했다.

'고정된 예술' 보기를 새롭게 하는 그의 작품은 낯설지만, '예술의 이미지'에 갇힌 사고의 다양성 확장에 길을 터준다.

"예술은 새로운 것을 하고자하나 존재하는 것은 이미 있었던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의그림자를 넘어설수가 없다. 그때문에 새로움은 어쩔수 없이 추상적이다. 새로움의 추상성은 필연적이다. 불협화음을 표현한다. 고통의 표현이다."

오화백의 '그림같지 않은 그림'을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5년간 작업한 작업중 300호등 대작만을 골라 2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12월 9일까지.(02)3217-6484

오수환.Variation.227*145cm.2012

◆오수환=1946년 경남 진주 출생, 196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1985년 서울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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