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비켜”…손병환, 내부 출신 첫 농협금융 회장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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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입력 2020-12-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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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부 실력자 발탁에 조직 분위기 고조

  • 'NH핀테크혁신센터+API' 등 디지털혁신 이끈 공로

손병환 농협금융 차기 회장. [사진=농협금융 제공/자료사진]

[데일리동방]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손병환(58) 현 NH농협은행장이 내정되면서 농협금융 출범 이후 사실상 첫 내부 출신 인사가 발탁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임에 대해 고위 관료 출신이 역대 농협금융 회장에 오른 '관피아(관(官)+마피아)' 논란을 종식한데 이어 업권 최대 화두인 '디지털 혁신'을 이끌 적임자를 선발했다는 호평이 따른다.

농협금융은 2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손 행장을 추천했다. 그는 올해 3월 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룹 회장 후보로 올랐다.

이는 농협금융 사상 가장 짧은 기간 내 은행장과 회장 후보에 오른 기록에 해당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손 후보에 대한 농협금융 임추위의 추천을 놓고 "조직 내 디지털 전문가를 적시에 발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추위는 "농협금융이 2012년 출범 이후 줄곧 관료출신의 금융전문가를 영입해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서 성공적 행보를 보여 왔다"며 "2020년 이전은 금융지주로서 뼈대를 농협에 체계적으로 뿌리내리는 시기였다면 2020년 이후는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농업·농촌과의 시너지를 발휘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확보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농협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뛰어난 디지털 전문성을 갖춘 손 후보자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협금융을 이끌어나갈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손 후보의 디지털 관련 진면목은 2010년대 들어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은 농협금융의 전산망 중단 사태 등 보안 이슈가 잇따라 터지는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 3년 후에는 피싱 사건도 잇따랐다. 손 후보는 2015년 당시, 업권에서 생소하게 여겨던 '스마트금융' 부문을 맡게 됐다.

그는 그룹 내 정보기술(IT) 서비스와 보안을 총괄하며 피싱 등 사고를 방지하는 업무에 투입돼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개편에 주력, 농협금융의 사고건수를 줄이는데 혁혁한 공을 인정 받았다.

또 업권 최초로 핀테크(금융 기술)기업 육성 조직인 NH핀테크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도입한 것도 손 후보의 구상에서 나왔다. 이 때를 기점으로 농협금융은 디지털금융 분야에서 다른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의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손 후보는 올해 은행장 취임 후 차별적인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냈고, 구체적으로 데이터 사업부를 신설하는가 하면 디지털 분야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인공지능(AI) 전담 조직을 구성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핀테크,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업체)와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그려지는 금융권 내에서 치열한 경쟁 보다는 협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핀테크 업체와 기술·서비스 측면의 제휴를 늘려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손 후보의 디지털 중심 경영방침에 따라 농협은행의 성과는 코로나19 위기에도 견조히 다져지고 있다"며 "조직 내 최고 디지털 전문가로 정평 나 있는 그는 리더십까지 인정 받아 초고속 그룹 회장에 오르는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 후보는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회해 30년간 경력을 쌓아 왔다. 그는 농협중앙회 조직·인사제도혁신단 팀장, 기획조정실 팀장,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농협금융은 임추위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손 회장 후보는 내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2년의 임기를 역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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