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소비자보호]또 사후약방문? 뒷북대책에 멍드는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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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입력 2019-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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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LF·DLS사태]고위험 알면서도 판매한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

  • "일반고객 취급은 치명적, 금융당국 사실상 방치"

  •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대량 손실→대책' 악순환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일리동방]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정부의 뒷북 대책이 다시 비판받고 있다. 제2의 '키코(KIKO) 사태'로도 불릴 정도다. 

해당 금융상품은 진작부터 고위험성으로 분류됐다. 손실을 짐작했지만 은행들은 상품 판매를 강행했다.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사만 탓할 수도 없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대책 수립에 급급한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원금 손실에 추가 피해 불가피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결합펀드(DLF)는 10년물 독일 국채금리나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이다. 금리가 일정 구간에서 변동되면 수익률이 보장된다.

하지만 금리가 이 구간을 벗어나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이들 상품의 주요 판매처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금리 하락기임에도 독일 국채 DLF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국채 금리는 지난 3월 후반부에 이미 마이너스에 진입했지만, 판매는 4~5월 집중됐다. 판매된 상품의 투자 원금은 1266억원 규모다. 원금 전액 손실을 넘어 추가 피해까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독일 국채 DLF를 판매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영국 CMS 연계 DLF를 다루는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나은행은 미국 기준금리 동결이 예견된 지난 3월 초 이후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문제는 DLF가 옵션 매도의 일종으로, 파생결합상품 중 최고 수준의 위험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금융당국도 개인의 옵션 매도 거래에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할 정도다.

하지만 옵션 매도 거래가 은행 창구에서 판매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별도 규제 없이 일반 소비자라도 DLF에 쉽게 가입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감독이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은행권에서 파생결합상품 판매가 방치돼 있다 보니, 적지 않은 금융소비자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착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사고 터진 후 서둘러 대책 마련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들을 대상으로 특별검사를 실시 중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은행과 투자자 간 분쟁조정을 위한 사전 조사를 병행중이다. 금리 하락기에 상품판매가 강행된 이유와 고위험성 상품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췄다.

이와 관련한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분쟁조정 신청건수만 60여건에 달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매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감독 수위를 높이고, 후발 대책 수립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다. 과거 불완전판매의 최종 판결 사례로 이른바 '동양 사태'를 꼽을 수 있다. 2012년 동양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를 매수했다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사건이다. 

투자자 1254명의 증권관련 집단소송 결과 대법원은 '불완전판매 손실 60% 배상' 판결을 냈다. 이후 금융당국은 판매실명제를 비롯해 △투자설명서 색상 차등 △투자위험성 고지 강화 △판매 후 불완전판매 여부 확인절차 △투자위험 지도 등의 대책을 내놨다.

또 2005년부터 1700억원가량 팔린 파워인컴펀드도 피해자를 대거 양산했다. 2300여명의 피해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바닥을 치자 원금 전액 손실에 처했다. 2014년이 돼서야 대법원은 20~40% 배상 원심판결을 승인했다. 

'키코 사태' 역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불완전판매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키코는 'Knock in'옵션과 'Knock out'옵션을 결합한 파생상품의 약자로, 2005년부터 은행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시됐지만 파생상품의 옵션 때문에 환율이 급등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출기업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대법원은 2013년 일부 기업이 제기한 키코 사건 관련 소송에 대해 불공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연계 DLS는 투자자 입장에서 위험성이 가장 극단에 있는 상품인데, 은행이 이런 상품을 판매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이번 사태에서 금융감독당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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