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복귀’ 한진칼, 조원태 회장에 독(毒)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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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입력 2019-06-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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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배구조개선·신용등급 상향 가능성 배팅에 주가↑...조 전무 복귀 소식 후 3일째↓

  • "경영권 방어위한 복귀, 주주ㆍ시장에 악영향…다음 회사채 발행 흥행 보장 어려워"

[사진:한진그룹]

[데일리동방]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그룹 복귀가 한진그룹 신뢰도 하락은 물론 조원태 회장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조 전무의 복귀가 '총수일가'을 위한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시장에서 투자자 외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진칼 주가가 고평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승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향후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신용등급 상향에 배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버슈팅’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와 채권자들이 KCGI(강성부 펀드)에 힘을 싣는다고 볼 수 있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주주 환심을 사야한다. 상승한 주가를 유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 지배구조가 기업의 신용등급과 자본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 전무 복귀로 시장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어떤 대안책을 들고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KCGI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그룹 지주사 한진칼 전무,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발령받은 사안에 비판을 가했다.

KCGI 측은 “조현민 전무는 한진그룹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해 주주와 임직원 등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전력이 있다”며 “진에어의 외국인 불법 등기 등 조 전무가 야기한 각종 문제에 대한 수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 전무를 사퇴시킨 고(故) 조양호 회장 사망 후 불과 2개월만에 그룹 복귀는 책임경영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무는 지난 2018년 4월 ‘물컵 갑질’로 물의를 일으켰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자인 조 전무의 불법 등기임원 문제로 항공사업 면허 취소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조 전무는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조 전무의 복귀를 두고 한진그룹 3세의 남매경영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그 결과에 따라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무혐의로 판결난다면 복귀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또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지속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진칼 우호지분(조양호 회장 등)을 고스란히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3월 주주총회 결과를 보면 일반 주주 지지도가 예상외로 높았다”며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 건에 반대한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을 축소시키는 등 KCGI의 내년 주총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외국인 지분율 확대, 조현민 전무 복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CGI가 언급한 것처럼 조현민 전무는 과거 물의를 빚어 그룹 가치 하락에 일조했다. 주주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조양호 회장 별세 후 사측 일가를 동정하는 시각이 커진 것과는 반대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총수일가’를 위한 남매경영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진칼 주가는 조현민 전무의 복귀가 알려진 10일  이후 상승세를 마감하고 3일간 연속 하락했다.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도 불편할 수 있다. 통상 주주행동주의는 차익 등 근시안적 전략을 구사해 신용도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이슈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회사채 발행 결과는 오히려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가 신용등급과 자본비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적 연구’(박준령·김요환, 2018)에 따르면 우수한 지배구조는 신용등급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도 좋지만 기업 자금조달 부담도 덜어준다.

이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정보비대칭을 완화해 정보위험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자본비용(대용치 WACC)을 줄이는 요인이다.

WACC(가중평균자본비용)는 자본과 부채로 이뤄진 총자산 대비 평균조달비용을 말한다. 기업이 가치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이러한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즉 논문은 우수한 지배구조를 지닌 기업의 주식과 채권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고 말하고 있다. 경영투명성이 확보되면서 정보불균형에 따른 조달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진다.

최근 지분경쟁으로 한진칼 주가가 급등하면서 '고평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개선 기대감이 반영됐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수익성과 자산 기반 평가에 추가 가치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KCGI가 요구한 부문 중 비효율성 자산 처분 등은 채권투자자에게도 긍정적”이라며 “그룹 계열사들이 회사채 발행에서 흥행을 지속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그룹이 조현민 전무 복귀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한다면 주주와 채권자보다 총수일가를 위한 경영에 몰두한다는 것"이라며 "주주는 물론 채권자 양측으로부터 냉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말했다.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의 다음 회사채 발행에는 지금과 같은 흥행성공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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