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에 막힌 현대車 ②] 中 공략 제네시스, '현대차 택시' 이미지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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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룡 기자
입력 2019-04-2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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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자동차시장 저가소형-고급대형 양극화

  • 가성비ㆍ가심비 부족으로 양쪽 포지션 모호

지난 2011년 현대차가 중국 광저우 모터쇼에 공개한 '제네시스 프라다(로헨스 프라다)'[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중국시장에서 제동이 걸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4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적자를 딛고 V자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국내시장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해외시장 실적은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중국 판매량은 13만1000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5년 연속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1분기 기준으로 중국시장에서 현대차는 지난 2016년 22만9011대에서 2017년 19만6119대, 2018년 16만2612대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공장 가동률이 50%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자 현대차는 '중국 1호 공장'인 베이징현대 1공장을 폐쇄키로 했다. 중국 부진의 원인으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지목된다. 하지만 중국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대체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 '판매부진의 늪'에 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편집자주>

[데일리동방] 현대자동차가 중국시장에서 고립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모호한 포지션'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 현지업체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중저가시장을 잠식하고, 독일·일본 업체들이 고급차시장을 장악하면서 현대차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이는 현대차가 가격이나 성능, 고급이미지 등 명확한 브랜드가치를 중국 소비자에게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中 소비자, 현대차 어떻게 인식하나

최근 중국의 한 언론이 베이징현대차 1공장이 폐쇄될 예정이라고 보도하자 댓글창에서는 중국 누리꾼들이 현대차에 대해 '품평회'를 벌였다. 중국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사드사태'로 인한 갑론을박은 여전했다. 한 누리꾼이 "간단하다. (중국에서) 잘 되고 싶다면 사드를 먼저 철수시켰어야지"라고 말하자 다른 누리꾼은 "자동차 판매량과 사드가 무슨 관계냐"며 "당신은 중국에 대한 애국심이 과도하게 높다"고 비판했다. 즉 중국 소비자 대다수는 사드때문에 현대차를 구매를 꺼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차량간 비교도 많았다. 중국 누리꾼이 "현대차는 그저 평범하다. 이걸 살바엔 차라리 국산차를 사는 것이 낫다"고 말하자 다른 이는 "객관적으로 말하면 한국차가 괜찮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국산차보다는 한국차가 낫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일본차와는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대한 혹평도 눈에 띄었다. 한 소비자는 "(공장 폐쇄가) 잘 된 일이다. 현대차는 고유한 특징이 없다. 직접 몰아봤지만 현대차는 같은 급 차량과 비교하면 엔진도 좋지 않고 기름 소모량까지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은 "부품을 다 아웃소싱해서 그래", "나도 현대차를 샀지만 연비가 안 좋아 1년 쓰다가 팔았다"고 말했다.

중국 특유의 애국심에 심취한 몇몇을 제외하면 그래도 현대차가 중국산보다 좋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대차를 치켜세우는 댓글은 보기 어려웠다. '저가' 중국모델과 '고가' 일본모델 사이에 끼어있어 가격경쟁력은 있지만 특색이나 성능은 부족하다고 보는 의견이 다수였다.

중국 소비자가 바라본 현대차 이미지는 판매실적으로 여실히 반영됐다. 26일 산업연구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자동차는 중국시장에서 점유율 2.77%를 기록해 업계 12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중국에서 점유율 5.97%를 장악하며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불과 6년 사이에 점유율은 반토막나고 순위가 9단계 떨어진 것이다.

현대차가 밀려난 자리엔 일본과 중국업체들이 올라섰다. 1분기 점유율 1위부터 10위 사이엔 폴크스바겐(독일)과 뷰익(미국)을 제외하면 혼다·도요타·닛산 등 일본업체, 지리·Haver·창안·울린모터스·바오쥔 등 중국업체로 가득찼다.

윤자영 산업연구원 박사는 "중국 자동차시장은 소형차와 대형차로 나뉘는 양극화가 진행 중"이라면서 "현대차는 소형차시장에서 중국 저가모델에 치이고, 대형차시장에서는 고급화 전략이 부진해 밀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윤 박사는 "현대차는 제네시스나 과거 에쿠스 등 고급차 전략을 내놨지만 소비자에게 큰 어필이 되지 못했다"며 "마케팅에 대한 노력보다도 생산공장 확대 등 하드웨어 측면에 치중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현대차는 '가성비'를 앞세워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그러나 이 같은 브랜드이미지가 이제는 독이 돼 고급차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말았다.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출범, 이를 기반으로 중국에 제네시스 법인을 만들고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과시하는 성향이 강해 특히 대형차 모델로 갈수록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차량을 선호한다"며 "현대차는 중국에서 택시를 중심으로 보급된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어 제네시스 등 고급 브랜드가 기존 현대차 이미지를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9년 1분기 중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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