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돼지 해에 건설되는 복된 땅

조원익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입력 : 2019-01-13 07:00
유리왕의 '돼지 천도'와 3기 신도시 개발
올해가 기해년으로서 세상 사람들이 이를 ‘황금돼지의 해’라고 일컫는다. 본래 12지지(地支) 중 해(亥)는 돼지로 동양 문화권에서는 오래도록 풍요의 상징이었고, 거기에 기해년의 기(己)는 10개의 천간(天干) 중 6번째 천간으로 토(土)의 기운이 있고 흙이 누런 색이므로 여기서 황금을 도출하여 좀 더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돼지 해니까 역사 속의 돼지 이야기를 하나 꺼내 보고자 한다.

고구려의 두 번째 왕 유리왕 시절에 하늘에 제사 지내려고 귀하게 기르던 돼지가 도망가는 일이 생겼다. 당시만 해도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왕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왕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의 제물이 그렇게 도망 가버리면 제사를 망치는 것이라, 돼지를 맡은 관리는 크게 혼이 날 수밖에 없을 터. 지금이야 다른 돼지로 대체하면 될 것 같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런 거짓 술수를 쓸 생각을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 돼지는 전혀 다른 신체상 표징이 있었는지 하여튼 대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듯하다.

돼지는 고구려의 첫째 수도 졸본 땅에서 100km가 떨어진 국내성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그때 돼지를 잡으러 간 관리는 돼지뿐만 아니라, 돼지가 잡힌 땅의 형세와 산물들까지도 살펴본 모양이다. 그 관리가 유리왕에게 ‘신(臣)이 돼지를 쫓아 국내성에 다다르니 산수(山水)는 험하나 농사짓기 좋고 짐승과 물고기도 많아 백성이 넉넉할 것이고, 방비하기도 좋았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유리왕은 이를 길하게 여겨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를 국내성으로 정하고 천도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깊이 연구한 바는 없어 이 이야기의 숨은 뜻을 간파하거나 설명할 능력은 없다. 다만 분명 유리왕이 천도를 하고자 했던 것은 단지 구별된 돼지가 감행한 뜻밖의 여정 이외의 것은 있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졸본은 아버지(주몽)가 데릴사위로 있으면서 나라를 건국한 땅으로 여겨졌을 것이고(고교 국사 시간에 암기한 지식으로는 데릴사위제는 고구려의 고유 풍습이다), 더구나 정작 그 땅의 원래 주인인 새어머니(소서노)의 이복 동생들은 백제를 건국하러 떠난 터라 여론전에서 고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이 대목에서 드라마 정도전 속 이성계가 성계탕-돼지국밥-을 먹으며 한양 천도를 결심하는 명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새로운 도시개발을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경제적 함의가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급등하는 부동산 시세를 잡기 위해서 수요를 차단하는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지정의 확대나 양도소득세 감면대상 감축, 임대사업자등록 유도 책 등을 써오다가 공급을 증가하는 3기 신도시 정책을 발표한 후 실제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 면면을 보면 크게는 왕숙 신도시(남양주), 교산 신도시(하남), 계양 신도시(인천)가 개발되는 것이다. 특히 계양 신도시는 2기에 성공했던 신도시로 평가받는 판교 신도시와 같은 컨셉으로 테크노밸리라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어찌 되었건 정부로서는 토지보상금이 수십조(兆) 원이 들어가는 엄청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3기 신도시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돼지를 국내성으로 보낸 유리왕의 심정이 되어보길 권한다. 유리왕은 분명 천도를 할 생각으로 여러 곳을 알아보다가 마침 신성한 돼지가 찾아간 땅이라는 명분도 있는 국내성으로 천도를 했다(명분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여러 반대도 있었겠지만 천도를 했고, 그 땅에서 광개토대왕은 고구려 역사 최대의 영토를 개척했다. 즉, 현 정부의 3기 신도시 개발이 단지 부동산 공급 조정이라는 한 분야만을 위한 조치가 아니길 바란다는 의미이다. 이미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있는 여러 설비들의 집중도를 가속하는 것은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고, 3기 신도시가 단지 주택용 부동산의 안정화를 위해 공급되는 배드타운 역할만 한다면 되려 수도 서울의 기능집중도는 더욱 가속되어 더 큰 문제를 양산한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라는데, 굳이 의미를 더 부여하자면 이번 돼지해에 진행되는 3기 신도시의 개발조치가 유리왕이 돼지를 따라 천도를 한 것과 같이 국정의 패러다임을 녹여내고, 전 국가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도시개발이 되기를, 그리고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효율적인 토지개발을 위한 자료가 축적되는 건실한 국토계획이 되길 희망한다.
 

[사진=법무법인 로고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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