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변의 로·컨테이너] 학내 분쟁해결에 ‘회복적 사법’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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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변호사·기자
입력 2018-06-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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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등의 평화적 해결도 교육

많은 대학들이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엔 미투 운동까지 더해져 증폭되는 양상이다. 학생과 교수, 선배와 후배 간 분쟁이 대결국면으로 치닫으며 법에 호소하는 사건들이 자주 눈에 띈다.

교육이라는 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학내 분쟁을 법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대학에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회복적 사법이란 가해자, 피해자 뿐 아니라 일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공동체까지 분쟁해결의 주체로 참여해서 대화, 상호 이해로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현행 형사사법체계는 범죄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응보적 사법’이다. 용서와 화해보다는 책임과 처벌이 중심이다. 그렇다보니 사건의 본질을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지 국한해서 바라보게 된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반성과 피해자의 회복이다. 하지만 반성과 회복의 자리에 법이 먼저 개입하다 보니, ‘가해자가 물건을 들었는지’, ‘그 물건이 위험한 물건이었는지’ 등 법적 요건에 집중하게 된다. 분쟁해결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다.

많은 경우 가해자들은 법적 책임을 진 뒤,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법적 절차에서 응징만이 있었다면, 학교로 돌아온 가해자는 피해자를 자신을 공격한 적으로 간주할 뿐이다. 대결 국면은 법적 절차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는다. 분쟁해결 도구로서의 ‘법’이 제 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분쟁이 원만히 해결돼 향후 예정된 법적 절차가 불필요하게 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상아탑 밖도 이럴진대, 교육과 학문이라는 목적 아래 모인 대학 구성원들에겐 ‘회복적’ 관점에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분쟁의 평화적 해결은 대학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것이다. 이것도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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