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평면에 시간을 모은 예술 중첩" 이재용 '기억의 시선' 갤러리 엠(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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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4-2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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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서 5월 12일까지..총 17점 선보여

[청자 시리즈]

사진 작품이지만 사진 같지 않은 작품이 있다. 사진은 어느 한순간을 포착해서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이지만, 이것은 마치 유령을 보는 듯, 색을 뭉개 놓은 회화인 듯 뚜렷한 상을 맺지 않고 있다.

이재용 작가의 개인전 '기억의 시선(Memories of the Gaze)'이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갤러리 엠에서 5월 12일까지 열린다.
이재용 작가는 사진을 다룬다. 그리고 그는 늘 한결같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가 일곱 번째 개인전이고 갤러리 엠(EM)에서만은 세 번째다.

2012년 이후 개인전 주제를 '기억의 시선'으로 하고 있다. 6년째 같은 주제를 쓰고 있지만 앞으로도 소재만 바꾸고 주제는 계속 이어 나간단다.

이재용 작가는 "기억을 어떻게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들, 기억이 어떻게 재현되는가에 대한 문제들을 인생의 주제로 잡았다" 며 "주제와 관련해서 끝까지 가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그도 한 번의 시행착오는 있었다. 처음에는 '시선의 기억'으로 했다가 '기억의 시선'으로 바꿨다.

"처음에는 시선을 기억한다는 뜻이었지만, 개념적으로 잘못 접근한 부분이 있어서 다시 기억의 시선으로 바꿨다. 두 개의 시선을 조금 차이가 있다. 기억하게 된다는 거는 과거 시점에 있는 것들을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에서 과거를 가는 건데 제 작업은 기억했던 것들을 현재에서 시선하면서 중첩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바꿨다"

그의 작업은 과거의 기억을 사진을 통해 계속 중첩하는 것이다. 물론 바라보는 시점이 계속 변화하는 중첩이다.

이번 전시에는 청자를 중첩한 9점, 불상을 중첩한 3점, 청자에 하얀색 면포를 씌워 중첩한 5점 등 총 17점이 전시됐다.

공통점은 유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자주 갔던 작가는 소재로 유물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불변성 때문이다.

이전 작업에서 작가는 전국의 200여 군데의 정미소를 돌며 변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지금도 팔리지 않은 작품이라면 주기적으로 정미소에 들러서 작품에 계속 중첩하고 있다.

[불상 시리즈]


이 작가는 "유물에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소재를 선택할 때 기억을 기자고 있거나 시간성을 가진 것들에 접근하고 있다. 정미소나 이런 건물 같은 경우는 변해가는 게 쉽게 관찰된다" 며 "유물은 이미 변화를 많이 겪고 이미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시선의 위치를 바꿔가며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인위적으로 겹친다(중첩).

"유물 같은 경우는 관찰하는 시간이 1시간 정도 주워진다. 돌리고 관찰하면서 100~200장 정도의 사진을 찍고, 투명도를 다르게 해서 겹치면서 전체적인 회전된 이미지들이 중첩된다"

갤러리 엠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 불상을 중첩한 작품 3점이 놓여있다.

Buddha1, Buddha3, Buddha4는 청자를 찍을 때 같이 작업한 작품이다.

불상의 경우에는 청자처럼 360도 돌리면서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중앙을 중심으로 180도 정도 움직이면서 촬영하고, 부처의 얼굴은 기본적인 인상을 살리기 위해 일부 중첩을 피하면서 작업했다.

[최신작 화이트 시리즈]


청자 시리즈 중에 가장 최신작인 화이트 청자 시리즈도 5점 전시했다.

청자 시리즈는 청자를 돌려가면서 촬영한 다음에 그것을 중첩했다면, 화이트 청자 시리즈는 풀을 먹인 하얀 면포를 씌운 다음에 면포를 조금씩 벗겨내면서 촬영을 하고 그것을 중첩했다.

그래서인지 청자 시리즈는 전체적인 형태가 뭉개져 있지만 화이트 청자 시리즈는 형태가 고정돼있고 그 주변에 하얀색 물안개가 펴진 듯한 모습이다.

"박물관에서는 청자를 보관할 때 면포에 싸서 보관한다. 면포가 펼쳐질 때 기억도 있고 색감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른 표현을 해보자고 청자를 풀 먹인 면으로 싸서 묶은 다음에 하나씩 풀어내면서 촬영을 했다. 시간의 변화를 드러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변화를 외적으로 더 드러내서 작업했다"

기억의 시선을 쫓는 이재용 작가의 다음 소재는 도시와 사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부터 카메라를 한 위치에 놓고 찍어오는 것들이 있다. 서울과 베를린을 찍고 있는데 그것으로 전시를 할 것 같다. 또한 사람 작업도 올해부터 계획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물보다는 더 힘든 작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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