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人] ‘안희정 사태’ 업고 등판한 ‘피닉제’ 다시 부활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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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8-04-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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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제의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대권주자서 이번엔 충남지사 도전

이인제, 충남지사 출마 선언 (서울=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인제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충남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4.3 kjhpress@yna.co.kr/2018-04-03 10:38:09/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불사조’ 이인제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또 다시 정치권에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7선 도전 실패를 끝으로 정치권을 떠난 후 햇수로 3년 만에 여의도에 복귀를 선언했다.

대권, 여의도 입성이 아니라 이번에는 체급을 한참 낮춘 광역자치단체장에 출마한다.

이 고문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을 가장 젊은 희망의 땅으로 만들겠다”며 충남지사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경기지사를 한 게 23년 전이고, 이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뒤에서 (내가) 도와야 할 입장”이라며 “내가 나설 상황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던 그다.

이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보다 더 유능한 인물이 후보가 돼 침체된 충청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고대했지만, 당 안팎의 어려운 상황이 저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줬다”고 그동안의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오랜 정치 경험에서 단련된 역량을 다 바쳐 반드시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올드보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충남도민은) 나이가 젊은 도지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을 젊게 혁신할 도지사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 고문은 1988년 13대 총선 때 통일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고, 김영삼 정부 당시 최연소(45세) 노동부 장관을 맡았다.

그는 14대까지 경기 안양갑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6대부터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구에서 민주당, 자유민주연합(자민련), 무소속, 자유선진당, 새누리당 등 각기 다른 당적으로 총선에 도전했다.

‘피닉제’(불사조를 의미하는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란 별명도 이때 만들어졌다. 총선에서 어떤 악재에도 당선돼 부활한다는 뜻이다.

2015년 자유선진당과 새누리당의 합당 당시에는 잦은 당적 변경 논란에 “지구를 한 바퀴 돌다 보니까 그랬나 보다”며 웃어 넘겼다.

이 고문은 한 때 유력한 대선주자였다. 총 네 번의 대권(15·16·17·19)에 도전했다. 18대 대선에도 도전했었지만, 선거 3개월 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고문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역대 최다 대권 도전자로 꼽힌다.

첫 번째 대선 도전은 21년 전이었다. 1993년 노동부 장관으로 기용된 그는 초대 민선 경기지사를 거쳐 19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다.

경선 1차 투표에서 이회창 후보에 이어 2위에 오른 그는 그러나 탈당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다. 명백한 경선 불복이었다. 그 뒤 정당 내부 경선에 참여해 패배하면 출마할 수 없게 하는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이 제정됐다.

이 고문은 “46세의 젊은 나이에 민선 경기지사로 일한 경험이 있고 당시의 혁신과 도전은 모두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며 자신의 행정 경험을 강조했다.

그는 또 “노동부 장관 시절에는 거센 반대를 물리치고 고용보험 제도를 혁명적으로 도입해 성공시켰다”면서 “혁신과 도전, 용기와 열정은 변함없이 제 가슴에 불타고 있다. 성공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고문은 △환황해 경제권 중심 육성 △4차 산업혁명 선두주자로 도약 △복지 확충 등 충청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도 제시했다.

2016년 사실상 정치인생에 종지부를 찍은 그를 다시 불러낸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충청권은 자신들의 지역을 대표하는 ‘큰 인물’에 대한 갈증이 존재한다. 김종필 전 총리에 이어 이회창, 반기문 등 30년간 지속돼 온 ‘충청 대망론’이 안 전 지사의 사태로 불씨가 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판세가 뒤집힐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 고문의 출마는 분명히 파괴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충남 논산이 고향인 이 전 의원이 안 전 지사에 대한 도민들의 배신감을 달래 줄 최상의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전 지사의 고향도 논산이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지사 사태와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논란 이후, 도민들의 민심이 많이 요동치고 있다. 기존 민주당의 압도적인 우세지역에서 접전지역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당장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인물난을 겪고 있는 한국당의 지방선거 흥행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안 전 지사 문제를 고리로 더불어민주당의 충청지역 무공천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당 입장에선 당내 일각에서 불고 있는 반발 움직임부터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다. 표면적으로나마 ‘추대’ 형식으로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경수 민주당 의원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당 소속 정용선 충남지사 선거 예비후보는 이 고문의 출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전날 이례적으로 '추대 결의식'까지 열며 이 전 의원을 충남지사 후보로 사실상 확정했다.

성일종 한국당 충남도당위원장은 “안희정 쇼크 전엔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제 와서 경선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주자들은 이 고문의 충남지사 출마를 두고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비판했다.

양승조 의원은 “그 분의 연세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시대적 흐름에 맞는지, 정치에 있어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기왕 전 아산시장도 “정치인으로서의 소망이 있다면 지나온 과정이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시대정신에 떠밀리기 전에 은퇴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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