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매월 마지막 금요일을 '여행가는 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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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부 부장
입력 2024-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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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부장
기수정 문화부장
"여행 가는 달을 통해 단돈 3만원으로 국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네요. 정부가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3월 여행가는 달 캠페인에 맞춰 첫선을 보인 '당일 기차여행 프로그램' 이용자가 밝힌 소감이다. 

엔데믹 후 여행 수요가 폭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행수지 적자 폭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여행 수요보다 해외여행 수요가 월등히 많은 탓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의 누적 해외여행 수는 2200만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1100만명을 기록한 방한 여행객 수와 두 배가량 차이를 벌린 것이다. 여행수지 적자 역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출국한 사람이 급증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가 더 확대될 경우 해외로 유출되는 돈이 늘어 현지 관광국의 내수만 진작시킬 뿐, 국내 내수 경기에는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국인의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이유는 과연 뭘까. '고물가', 그리고 '낮은 관광 매력도'를 꼽을 수 있다. 같은 돈으로 차라리 해외여행을 제대로 즐기겠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으로 향하는 내국인 수는 과거 한·일 무역갈등이 초래한 일본 불매운동이 무색할 만큼 가히 폭발적이었다.

국민이 일본 등지로 떠나는 동안 내국인의 국내관광(인트라바운드) 수요는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지난해 국내 여행 이동 총량은 전년보다 45.5% 증가한 4700만일을 기록했고, 여행 경험률도 53.6%로 전년과 비교해 4.2% 늘었지만, 폭증한 해외여행 수요와 비교하면 턱없이 초라했다. 애국심을 담아 국내 여행을 즐기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실효성 있는 국내 관광 활성화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했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머리를 맞댔고 다양한 내수 진작책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는 '여행 가는 달'을 올해 3월과 6월 2회로 확대 시행하는 것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 풍성한 할인 혜택과 이색적인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국민의 여행심리를 공략했다. 

다양한 관광 혜택이 엿보였지만,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당일 기차여행 상품 '3월엔 여기로'.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지방 소도시 21개 지역으로 떠나 여행을 즐길 수 있는데, 여행비용은 단돈 '3만원'이었다. 

최근 사과 1개 값이 5000~6000원까지 치솟은 이때, 사과 5알 값으로 당일치기 국내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이 상품은 '가성비 갑 여행상품'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정부가 참가자 1700명을 추첨해 선정했는데, 무려 11만명이 몰리며 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여행가는 달 캠페인이 끝날 즈음인 3월 마지막 주께는 신청자가 13만명에 달할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그렇다면 값싼 여행상품 이용자들의 여행 만족도는 어땠을까. 지난 15일 '3월엔 여기로: 여행가는 달, 기차로 떠나는 로컬여행'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퍽 높았다.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짧은 시간이지만 지역 곳곳을 둘러보고 해안가 맨발 걷기나 노르딕 워킹에 참여한 것도 이색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태안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지역 특산물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가 열린 것도 여행에 흥을 돋웠다고 답했다. 

이날 현장 의견 청취를 위해 참여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국내 관광 매력에 푹 빠졌다. 

장 차관은 "고물가 시대인데 3만원 당일 기차여행이 일상에서 힘들고 어려웠던 몸과 마음에 위안을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상품을 기획했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테마와 지역, 먹거리들을 잘 발굴해서 국민들이 좋은 것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기차로 2시간, 역에 내려 태안까지 2시간여 걸린 이동시간이 무척 피로할 법도 한데 그날 즐긴 당일 기차여행이 이동의 피로함은 물론, 일상의 고단함까지 단번에 씻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다음 여행가는 달 캠페인이 열리기까지는 3개월여나 남았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정부가 이왕 국내 여행 활성화에 주력하기로 했다면, 여행가는 달 외에 '여행 가는 날'을 조성, 국민이 국내 곳곳을 알차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순 없는지 말이다.

과거 일본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기획,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퇴근 시간을 오후 3시로 앞당겨 여행과 외식·쇼핑 시간을 늘렸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도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조성하고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하지 않는가. 

감히 청해본다. "어떠신가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여행가는 날'로 정하고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의 발걸음을 골골샅샅 아름다운 국내 여행지로 이끌어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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