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돼지가 불러온 '원자재 인플레' 우려...'금리 불안세' 촉발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지현 기자
입력 2021-04-25 17:5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대두·옥수수 선물,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 가격

  • 구리 가격도 1만불 앞...'금리 안정' 국채 시장은 잠잠

옥수수와 대두 등의 곡물 가격을 중심으로 한 식료품 가격이 최근 폭등세를 보이면서 식료품발(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재 전반과 소비재로까지 인플레이션이 번지면서 금리 불안세를 촉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식료품 가격 급등 충격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최근 농작물 선물 가격은 2014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또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옥수수.[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는 블룸버그가 자체적으로 수집하는 '블룸버그농작물지수(BCOMAGSP)'가 이달 들어 급증세를 보이면서 지난 23일에는 386.47달러로 9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해당 지수는 이달 1일 345달러 수준에서 약 12% 오른 가격이며, 1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66.4%나 폭등했다.

이와 같은 폭등세는 중국의 곡물 수입량 급증에 따른 옥수수와 대두 선물 가격의 강세와 맞물려 있다.

지난 2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5월물 옥수수와 7월물 대두 선물 가격은 한때 각각 부셸(곡물 중량 단위·1부셸=27.2㎏)당 6.28달러와 14.7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각각 2013년 6월과 2014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로는 100%와 80%가 폭등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피해로 급등한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최근 1년간 돼지 사육을 크게 늘리면서, 자연스레 사료 원료인 옥수수와 대두의 소비도 늘어난 것이다.

동시에 주요 옥수수 수출국인 브라질은 기후 문제로 작황이 좋지 못해 미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옥수수 재고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도 가격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5년간 '블룸버그농작물지수(BCOMAGSP)' 추이.[자료=파이낸셜타임스(FT)]


문제는 곡물 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여파가 원자재 시장 전반에 퍼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밀 가격 역시 전년 대비 30% 이상 높아진 상태이며 유엔(UN)은 세계 식량 비용이 10개월 연속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등의 정치 불안세를 가져온 2008년과 2011년 식량 가격 폭등 사태 이후 지난 10여년래 최장기 급등세다.

특히, 블룸버그는 신흥국일수록 식량 수입 비용에 더 큰돈을 지출하기 때문에 보다 취약한 국가들의 재정을 압박하고 통화정책의 역량을 제한해 코로나19 사태 극복 과정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압돌레자 아바시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수석 경제학자는 "문제는 상품 가격이 지불하기 어려울 만큼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한 반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계 시장 분석 기관인 민텍(Mintec) 역시 식료품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하면서 소비재로 옮겨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원자재 시장 전반의 가격을 집계하는 블룸버그상품지수(BCOM) 역시 지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달 들어 6% 가까이 급등 중인 BCOM은 지난 23일에는 88.4025를 기록해 종가 기준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13.26%나 치솟았으며, 60달러 선에 머물렀던 1년여 전인 지난해 4월 1일(60.2898)과 비교했을 때 46.63%나 폭등했다.
 

1991년 이래 블룸버그상품지수(BCOM) 추이.[자료=인베스팅닷컴]


산업 전 분야에 두루 쓰여 경기선행지표 격으로도 쓰이는 원자재인 구리의 현물 가격은 23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9545.5달러에 거래돼 '1만 달러' 고지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시장 전반에 가격 상승이 만연하면서 지나치게 빠른 인플레이션이 금리 상승 쇼크를 일으켜 금융시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 2월 인플레 우려로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크게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아직까지 인플레이션 급등이 경기회복 과정 속 병목 현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단기간 인플레이션 급등을 이유로 성급하게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 혹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빠른 경기회복으로 인한 기업의 실적 개선 역시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인한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