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만행 다음날 '종전선언' 제안...文대통령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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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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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어

  • 소연평도 인근 해상서 韓공무원 피격

  • 총격 이어 시신 불로 태우는 등 훼손

  • 靑·정부 "北, 진상규명·재발방지해야"

'박왕자 사건'이 12년 만에 재발했다. 북한이 남측 민간인을 사살하는 만행을 또다시 저지르며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공들인 한반도 평화구상이 난데없이 찬물을 맞은 셈이다.

이번 사건은 특히 시기적으로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과 맞물려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여론은 청와대가 사건을 인지하고서도 문 대통령의 선언을 강행한 것인지, 상황 파악 경위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이번 사건이 지난 6월 16일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중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북한의 만행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민간인이 북한의 총을 맞고 사망한 가운데 24일 오후 북한 석도 인근 해상에서 중국 어선들이 조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신 훼손 보도에 들끓는 국민 분노

정부는 2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이 북한군 총격으로 희생된 사건과 관련, 깊은 애도를 표하는 한편 북한을 강하게 규탄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명명, 북한 측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국방부와 통일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오후 공무원 실종 사건과 관련해 북측이 파악한 정황을 통보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이날까지도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인 남북 관계 개선은 수렁 속으로 빠졌다. 이번 사건이 2008년 7월 11일 이명박 정부 시절 발생한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총격 사건에 버금갈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에서 대다수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 유화 정책에 반기를 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종된 공무원의 월북 시도 여부를 떠나 한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뒤 시신이 훼손됐다는 점만으로 국민에게는 '제2의 박왕자 사건'으로 느껴질 만큼 큰 충격인 탓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이번 사건을 두고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적대행위 금지 합의를 북한이 위반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비쳐 더욱 논란이 예상된다. 사건이 발생한 곳이 '해상 완충구역'이라는 점에서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목적과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 차원에서 과잉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법과 남북이 기존에 맺은 합의를 위반한 불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차단하고 접근금지를 명하고 있는 상황은 알고 있으나 인도적 차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남북 관계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한반도 상황은 변수가 많아 상황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청와대]


◆靑도 후속책 마련에 고심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국 공무원 피격 사건이 벌어진 후 하루 뒤인 23일 새벽 1시경 제75회 유엔 총회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을 제안해 여론과 야당의 비난을 사게 됐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이 저지른 만행을 파악하고서도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을 강행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 연설은 지난 15일 녹화해 18일에 이미 유엔으로 발송했다"며 "연설이 진행되던 23일 새벽 1시에서 2시 30분 사이 소집된 관계장관회의에서 그간 입수한 첩보의 신빙성이 얼마나 높은지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연결 지을 당위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직후 한국민에 대한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이 드러남에 따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 마련을 서둘렀다.

청와대는 평소 목요일 오후 3∼4시경 소집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이날은 앞당겨 정오에 개최, 향후 대처방안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안보실장으로부터 NSC 상임위원회 회의결과와 정부 대책을 보고받은 뒤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에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내놓으라고 엄중히 요구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엄중 경고를 떠나 국민이 죽었다. 국민 한 명 한 명과 인권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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