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내다파는 CEO들...뉴욕증시 정점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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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8-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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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미국 기업 내부자들이 주식을 빠르게 내다 팔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넘보는 가운데 주가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기업 내부자들의 주식 매매는 일반적으로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업 수익성과 주식시장 향방을 읽기 위한 가늠자로 통한다. 기업 대표이사나 임원, 이사, 감사 등 내부자들은 아무래도 외부 투자자들보다 회사 사정에 훨씬 밝기 때문에 이들이 해당 회사 보유주식을 판다는 건 주가에 부정적 신호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CNN비즈니스가 트림탭스투자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기업 내부자들은 500억 달러(약 59조24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8월 들어서만 내부자 매도액이 15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지난 3월 주가가 바닥을 찍었을 때 대규모로 매입하던 데서 추세가 반전된 것이다. S&P500지수 하락률이 34%에 달했던 코로나19 폭락장에서 내부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수는 기업들이 주가를 과매도 상태로 판단, 반등을 확신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읽혔다.

뒤집어 보자면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기업 내부자들이 주식을 판다는 건 추가 상승에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의미일 수 있다. 실제로 기업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는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 이익 증가에 제동이 걸릴 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블리클리자문회사의 피터 부크바 수석투자책임자(CIO)는 "만약 당신이 회사 임원이고 사업 환경이 도전적이라면 이런 가파른 주가 반등은 선물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기업 내부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옵션을 행사할 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때를 이용해 차익을 취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뉴욕증시 간판 S&P500지수는 3월 23일 바닥을 찍은 뒤 최근 50% 넘는 역대급 랠리를 펼치면서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17일 기준 S&P500지수는 3381.99에 마감, 2월 19일에 쓴 역대 최고 종가인 3386.15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의 투자심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통하는 CNN공포·탐욕지수는 현재 '탐욕'을 가리키며, S&P500의 밸류에이션 지표는 일제히 과거 평균을 웃돌고 있다.

다만 기업 내부자 매도가 현재 랠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퀀트투자 리서치회사인 차이킨애널리틱스의 마트 차이킨 회장은 "내부자들은 주가를 보고 '시장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장세에서 내부자 매도는 빨간불은커녕 황색등도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장 랠리의 동력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차이킨 회장은 랠리의 배경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천문학적인 유동성 투입이 있다"면서 "시장은 내부자 주식 매매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지금은 연준이 만든 유동성 장세다. 돈은 갈 곳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바이오 공룡 리제네론과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 역시 올해 내부자 매도가 가파르게 늘었지만 낙관적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를 이유로 증시를 비관하던 월가 전략가들은 예상을 웃도는 경제 회복 속도와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을 이유로 속속 S&P500지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주 골드만삭스는 연말 S&P500지수 전망치를 종전 3000에서 3600으로 올려잡기도 했다. S&P500지수가 앞으로 4개월 동안 6%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S&P500지수가 이달 안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CFRA의 샘 스토밸 수석투자전략가는 S&P500지수가 역대 최고 기록까지 1% 범위 안에 두었을 때 기록을 갈아치우는 데 길어봤자 21일, 보통은 8일이 걸렸다는 통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고치 경신 뒤에는 차익실현이 뒤따라 5~14% 조정을 받았으며 평균 낙폭은 8%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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