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또 멀어졌다…북미, 대화 문 열면서도 서로 '공'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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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박경은 기자
입력 2020-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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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내부적으로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 폼페이오·트럼프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

  • 북한 "미 측 태도 변화 없이 대화 재개 무익"

  • 김여정 "북·미 관계, 미국 처신에 달려" 압박

  • 북·미 간 중재역 자처한 文대통령 힘들 듯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서로를 향해 책임 소재를 떠넘겼다.

최근 한국과 미국 내부에서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정작 상호 간 태도 변화를 압박하며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앞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자신의 북측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를 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간 카운터파트로 알려졌던 최선희 북한 외무상 제1부상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쐈다.

이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0일 담화를 내고 북·미 관계는 미국의 처신에 달려있다고 맞받아치면서 오히려 미국 정부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처럼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 중단에 대한 책임 화살을 서로에 돌리면서 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운신의 폭이 한층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남 메시지가 일절 없었다는 점도 문재인 정부의 중재역에 먹구름이다.

◆美 내부적으로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콘퍼런스콜에서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대화를 계속할 수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화가) 정상회담보다 낮은 수준에서든, 또는 고위 지도자들이 다시 함께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적절하고, 개최하기에 유용한 활동이 있다면…"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누가 할지, 어떻게 할지, 시기에 관해선 오늘 말하고 싶지 않다"고 일축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기회가 있다면 대선 이전에도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미국 '그레이TV'와의 인터뷰에서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말에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을 안다"며 "우린 확실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3차 회담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거듭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어 아마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9일 한국을 찾았던 비건 부장관은 3차 회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권한과 자격을 갖춘 카운터파트를 임명할 경우 미국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며 북 측의 결단을 요구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학교 수업 재개 회의에 참석해 팔짱을 끼고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北 "美 태도 변화 없이 대화 재개 무익"

그러나 북한은 이날 김 제1부부장이 발표한 담화를 통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일축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은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 수뇌(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 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사이가 "굳건하고 훌륭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만큼 대선 정국을 지켜보며 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은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밝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 미국의 먼저 양보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미 측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있을 경우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미국의 동시적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를 제시했는데, 단기적 기대라기보다는 장기적 대응 의도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도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이면서도 사실상 회담을 원하는 모양새"라며 "미국이 이른바 '발전권'과 '생존권'을 선(先) 보장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표명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응할 여력과 명분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북·미 사이 중재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한층 좁아졌다는 부정적 전망이 뒤따른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정부는 현시기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현상 타파를 원하는 세력"이라며 "북·미 간의 현상유지 대 현상타파라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숙제를 받아든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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