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차별'에 상처…"죄인 취급 받지 않고 학교 보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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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9-05-2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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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 학생 차별 받은 적 있다' 응답 50% 넘어

  • "특수교육대상자는 늘어나는데"…특수교사 법정정원 75% 수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면 기쁨보다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아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온몸에 멍 자국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장애 학생 부모의 일이다. 지난해 9월 특수교육시설인 서울 인강학교에서 특수교사와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 학생을 주먹으로 때리는가 하면 음식을 억지로 먹이고 감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슴없이 학대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학대 행위는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어졌다.

◆부족한 특수학교에 엄마들 무릎 꿇고 눈물 

장애 학생은 원활한 의사 표현이 어려운 탓에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학대를 받았는지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설령 자녀가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걸 알게 된다해도 특수교육시설 부족하다는 현실 때문에 큰소리 한번 내기가 어렵다. 다른 곳에서는 교육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수교육시설은 일부 지역주민 사이에서 혐오시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특수교육시설의 설립이 난항을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수교사마저 부족해 장애 학생이 일반 학교로 진학해도 제대로된 교육을 받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A 씨는 "특수학교가 주거지와 멀어 아이가 버스로 통학하면 편도 1시간을 훌쩍 넘긴다. 등하교 왕복 시 차에 있는 시간만 2시간"이라며 부족한 특수학교로 겪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2017년 9월 5일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무릎 꿇고 특수학교 설립 호소하는 부모들 [사진=연합뉴스]

특수학교 설립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 발달장애 학생 140여 명이 다닐 특수학교 '서진학교'를 짓는 중이다. 서진학교 설립을 위해 약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해에는 설립 반대 입장을 보인 일부 지역민들에게 장애 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로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지역민들은 그 부지에 국립 한방병원이 들어오길 원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에 서진학교 인근 학교가 통폐합되는 경우 부지를 한방병원 건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주민들과 서진학교 설립에 합의할 수 있었다. 서울시에 신설 특수학교가 생긴 것은 지난 2002년 종로구에 위치한 경운학교 이후 17년 만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23개 특수학교를 만들어 197개 특수학교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1만325개인 특수학급 수도 1000여개 늘려 1만1575개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특수교육대상자는 늘어나는데"…특수교사 법정정원 75% 수준

특수교사 인원도 법정정원에 못 미친다. 지난 4월 교육부는 올해 17개 시·도 교육청에 배정된 공립학교 특수교사 정원이 총 1만4456명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기준으로 산출한 특수교사 법정정원은 학생 4명당 특수교사 1명이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1962년 1343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 9만780명까지 늘었다. 현재 특수교사 정원 확보율은 법정정원의 75% 수준인데, 교육부는 2022년까지 특수교사 정원 확보율을 9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자녀를 둔 B 씨는 "특수교육대상자는 해마다 늘어나지만 일반 초등학교마다 특수반이 다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구 안에 특교자가 많으면 다른 동으로 배정된다"며 "특수학교 설립이 어려워 정부가 장애학생 통합교육 정책을 펴고 있다면 특수실무사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특교자 학부모들이 죄인 취급 받지 않고 마음 놓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 "장애인 교육제도 보장해야"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과 일반 학생이 함께 교육하는 것을 뜻한다. 통합교육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다. 정부의 선심성 교육정책이 아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는 "장애인의 교육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권리를 차별 없이 실현하기 위해 모든 수준에서 통합적인 교육제도와 평생교육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개인의 요구에 의한 합리적인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이 협약의 당사국은 175개국으로 한국도 2008년 비준했다. 현재 한국은 특수교육대상자 약 71%가량이 일반학교에서 교육받는다.

통합교육은 유럽에서 선호하는 특수교육 방식이다. 통합교육은 비장애 학생도 장애 학생을 이해해 차별이 사라지고 장애 학생이 사회 구성원으로 대우 받을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 특수학교가 부족한 한국도 통합교육을 추진 중이지만, 학생이나 교직원 등의 장애 인식과 인권 부족으로 장애 학생들이 차별이나 배제를 경험하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애 학생 차별 받은 적 있다' 응답 50% 넘어

장애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일부 일반학교 선생님 중 장애 학생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분이 있어서 상처 받을 때가 많다", "특수교사 부족시 대안으로 사회복무요원이 아이를 지도하는데 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폭력이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학교에서 아이가 차별을 당해도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외국과 같은 학교 내 다양한 치료 교육이나 시설이 한국에는 없다. 학교에 이런 시설이 없어 부담되는 치료비를 지불하고 사설 센터로 다닌다" 등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장애 학생 교육권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사, 관리자, 학부모 등 총 7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애 학생이 학교에서 인권 침해나 장애 차별을 한 번이라도 겼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학부모가 55.2%, 학교 관리자 56.3%, 교사 40.8%로 나타났다.

인권위가 조사원을 상대로 심층면담을 실시한 결과 턱없이 부족한 치료지원 서비스, 고가의 보조기기나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 재난 및 안전대책을 위한 안전시설 부족, 가정에 의존하는 통학 지원체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이들은 의료 지원이 부족한 점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학교에 의료 관련 전문인력과 시설이 없어 응급상황 시 의료법을 위반하고 의료 행위를 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유럽은 일반학교에서도 장애 학생이 의료시설이나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아 차별 없는 교육을 받으며, 장애 학생 학부모들도 자녀를 특수학교보다 일반학교로 진학하길 원한다. 이들이 통합교육을 더욱 원하는 것은 비장애 학생과 지역사회이 장애 학생에 대한 차별 없는 대우가 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독일·핀란드 통합교육으로 차별 허물어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에서 공개한 각국의 특수학교 운영 정책을 보면 프랑스는 사회의료기관(EMS)에서 특수학교를 운영한다.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의료기관 내에 학급을 개설하거나 사회의료기관의 교육팀을 일반학교에 파견하기도 한다. 이들이 학교로 파견됐을 때는 학군의 장애인 교육 담당 부서 및 지역보건담당국과 협약을 맺는다. 장애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최대한 비장애 학생과 구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선택한 방식이다.

독일은 기본법에 ‘장애로 인한 어떤 차별도 받지 말아야 한다’라고 기본권으로 명시했다. 독일은 약 50만명의 장애 학생이 있다. 독일 학생의 약 7%에 해당하며 장애 학생 약 3분의 1가량이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그만큼 독일에서 통합교육은 일반적이다. 또 지역사회에서 특수학교에 대한 편견이 없어 지역사회 자발적으로 특수학교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독일 빌레펠트시에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이나 장애인에게 전문적 도움을 주는 베텔 공동체가 있다. 1876년 시작된 베텔 공동체는 기부금과 자원봉사자의 활동으로 운영된다. 베텔 공동체는 빌레펠트시에서 특수학교와 특수교육 등을 운영하는데 도심의 여러 지역에 특수교육시설을 만들어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구분을 못 느끼도록 했다. 또 대다수 공공시설도 장애인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장애인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핀란드는 1998년 이후부터 특수학교를 줄이고 일반 학교에서 장애 학생의 교육을 책임지는 포용교육을 펼치고 있다. 장애 학생이 사회와 격리돼 교육을 받기보다 비장애 학생과 함께 교육을 받는 게 더욱 성숙한 교육방식이란 철학으로 내린 결정이다. 특히 포용교육은 장애 학생보다 비장애 학생에게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포용교육을 받은 비장애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장애인과 거부감 없이 어울려 장애인이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이 되도록 도와준다는 게 핀란드 교육계의 생각이다.

핀란드 지역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발이 거의 없어 특수 학교를 혐오시설로 보는 시선도 적다. 특수 학교의 경우 1년에 여려 차례 외부인에게 학교를 공개해 장애 학생의 사회에 대한 폐쇄성을 낮추고 지역민들에겐 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문다. 또 핀란드는 정부가 장애인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법으로 제정했다. 따라서 장애 학생은 일반 학교나 특수 학교 구분 없이 학교 통학 등 이동 시 정부의 교통 서비스를 받는다. 청각 장애 학생의 경우 정부의 지원으로 수화 통역가를 상시 대동한다. 핀란드 사회는 정부의 이런 지원을 장애인에 대한 특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4월 18일 지체장애 특수학교인 서울 하계동 정민학교 내 도서실을 방문해 학습환경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럽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을 차별하지 않는 통합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통합교육을 받은 비장애 학생들의 변화에 주목한다. 이들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장애인 지원 정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럽의 지역사회가 특수교육시설에 거부감이 없는 이유도 통합교육과 관련이 깊다. 반면, 한국은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낮다. 통합교육은 물론 특수학교 설립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대다수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함께 공부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어울려 지낼 수 있는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꿈꾼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특수학교 자체로도 좋은 일이라서 뭘 끼워 팔기 안 해도 모두가 환영하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라며 "그러다 보면 모든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통합교육을 받는 시대도 와 꿇었던 무릎보다 더 아팠던 시간을 추억담으로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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