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미니칼럼-短] 가정의 달, 가족같은 직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19-05-08 11:0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영화 '어느 가족'…가정의 달에 가족을 묻다


 

여기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이모와 남매, 모두 여섯 명이 작은 집에 오순도순 모여 사는 일본의 한 가정이 있다. 얼핏 보기엔 그렇다. 하지만 이들의 일상은 남다르다. 연금생활자 할머니와 아버지는 좀도둑, 술집 작부 출신 엄마는 세탁공장에서 일하다 잘린 경단녀(경력단절여성)다. 이모는 유사성행위업소에서 일하고, 아들은 아버지처럼 학교를 가본 적 없는 리틀 좀도둑, '다리 밑에서 주워온' 막내딸은 코 찔찔 어린애다. 이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 가족관계증명서에도 함께 올라갈 수 없다. 그럼에도 방 2개 작은집에서 살 부비고 밥상에서 밥을 나누며 지지고 볶고 산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대상(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어느 가족’(원제: 좀도둑 가족·万引き家族) 얘기다.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의 정의, 의미, 관계를 다시 묻는다.
 

 

‘아무도 모른다’(2004) ‘걸어도 걸어도’(2008),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5월, 가족을 챙겨야 하는 기념일이 많다. 5(어린이), 8(어버이), 20(성년), 21(부부)일. 한 달을 통째로 가정의 달로 정한 나라도 우리뿐일 듯싶다. 미국은 어머니날(5월 둘째 주 일요일)부터 아버지날(6월 셋째 주 일요일)까지를 가정의 달 혹은 가족 일요일이라고 하는데, 한국처럼 거창하지 않다.

유독 올해 가정의 달에 가족 관련 사건사고가 많다. 일일이 다시 적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들, 가족을 다시 묻는다. 부부와, 피를 나눈 혈연만이 가족일까?
 


P.S.= 사훈(社訓)을 ‘우리는 한 가족’, ‘사원을 가족처럼’이라고 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사장과 직원들 모두가 피를 나눈 사이라면 모를까, 이제라도 바꾸면 참 다행이다. 작가 김민섭은 '훈의 시대'에서 가훈, 교훈·교가, 사훈을 통해 꼰대의 사회를 일갈한다. 야만과 폭력의 훈의 시대(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