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카자흐 동포에 "고려인은 한 핏줄"...독립운동가 유해 봉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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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04-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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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중앙아 마지막 순방지인 카자흐 방문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약 300명을 초청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카자흐스탄의 경제중심 도시인 알마티에서 동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이국땅에서 독립에 헌신한 유공자들의 후손을 만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번 간담회에는 현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과 한글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한글학교 관계자 등은 물론, 80여 년간 우리 전통문화를 지켜온 고려인 동포들과 함께 특히, 김경천, 계봉우, 황운정 등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참석했다.

이밖에도 1937년 강제이주 때부터 우리 동포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카자흐스탄인들의 후손들, 한국학 또는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현지인들, 그리고 정‧재계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고려인 인사들이 참석했다.

황 라리사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후손협회 고문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독립운동후손협회를 대신해 말씀드린다"며 "오늘 유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인데 고려인 사회에는 힘든 날이기도 하다. 후손들은 독립운동에 몸바친 선생들이 조국에 묻히게 해준 정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황 라리사 고문은 1920년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항일 투쟁을 전개해 2005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된 황운정 지사의 손녀다.

황 라리사 고문은 또 "카자흐스탄 땅에 사는 고려인인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날, (카자흐스탄에) 영웅이 살고 있었다는 걸 되새기는 뜻깊은 날"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반 고려인 과학기술자협회 명예회장은 "1937년 강제이주로 힘들게 살아왔다"면서도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잘 살지도 못하면서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줬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문 대통령께서 남북관계에 큰 역할을 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카자흐스탄 고려인들도 남북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해외에 계신 독립유공자들을 사후에라도 고국으로 모시는 것이 후손으로서의 책무일 것"이라며 "평화 구축이 실현된다면 남북간은 물론이고 중앙아시아·해외 동포들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해외 동포들의 지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대통령과 국민들은 고려인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고려인은 한 핏줄"이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 내 조국이 대한민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1일 오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수도 누르술탄의 국제공항에서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국외 현지에서 독립유공자 유해봉환 행사를 주관했다. 이날 계봉우, 황운정 지사의 유해 봉환식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협조와 지원을 받아 공군 2호기 앞에서 진행됐다.

두 지사의 유해와 영정사진은 카자흐스탄 의장대 손에서 한국군 의장대 손으로 전달됐고, 문 대통령 역시 굳은 얼굴로 묵념을 하며 두 지사의 넋을 기렸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계 지사에게는 건국훈장 독립장을, 황 지사에게는 건국훈장 애족장을 주는 훈장 수여식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모사를 통해 "계봉우 지사님과 배우자 김야간 님, 황운정 지사님과 배우자 장해금 님을 이제야 모시러 왔다"면서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이제 네분을 조국, 고향산천으로 모신다"고 했다.

계봉우 지사는 함경남도 영흥 출신으로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북간도 대표로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했고, 독립신문에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1937년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뒤에도 민족교육에 전념해 '조선문법', '조선역사' 등을 집필, 정부로부터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황운정 지사는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1919년 함경북도 종성과 온성 일대에서 3·1운동에 참가했다.

이후 러시아 연해주에서 무장부대 일원으로서 선전공작을 통해 대원을 모집하고 일본군과의 전투에 참가, 정부로부터 200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두 지사의 유해는 22일 오전(한국시간) 피우진 보훈처장이 영접한 가운데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유가족 의사에 따라 계봉우 지사 부부 유해는 국립서울현충원에, 황운정 지사 부부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각각 안장된다.

청와대는 "올해 '3‧1운동 및 임정수립' 100주년을 맞아 상기 독립유공자 2위의 유해를 현지 봉환식 거행 후 국내로 봉환해 국립묘지에 안장할 계획"이라며 "유해 봉환식을 계기로 신북방정책 핵심 협력 대상국인 카자흐스탄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국제공항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계봉우·황운정 지사 부부 유해 봉환식에서 카자흐스탄 전통 의장대가 두 지사의 영정과 유골함을 한국 전통의장대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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