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30년 넘어 결과낸 라이나생명의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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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3-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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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체질 개선'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요구로 급부상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예고된 상황에서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생존하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질 개선이 말처럼 쉽지 않다. 몇 년 전까지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던 저축성보험을 일부러 팔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라 영업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 생보사의 당기순이익 총합이 4조원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도 체질 개선과 무관하지 않다. 몇몇 생보사들은 지난해 급격히 체질 개선을 진행하느라 적자를 기록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렇듯 대다수 생보사가 아우성일수록 홀로 유유자적하는 라이나생명이 눈에 띈다. 라이나생명은 1987년 한국에 최초로 진출한 외국계 생명보험사다. 24개 생보사 중 총자산 21위, 수입보험료 10위로 중소형 보험사로 자리매김됐다.

그러나 체질 개선 부분에서 보면 압도적인 1위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라이나생명의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은 99.92%로 생보사 평균인 87.34%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9개월 동안 저축성보험을 단 0.08%만 판매한 데 따른 것이다. 의도적으로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는 체질 개선이 사실상 필요치 않다는 의미다.

라이나생명이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 99%를 완성한 것은 최근이 아니라 국내 진출 이후 30년 넘도록 지속돼 온 것이다. 국내 보험사들이 향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저축성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하던 시기부터 라이나생명은 보험의 본질인 보장성보험을 고집해왔다.

라이나생명이 다른 생보사와 달리 보장성보험을 고집한 것은 모회사의 확고한 정책 덕이다.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시그나그룹은 1792년 설립된 보험사(INA)를 모태로 하는 글로벌 보험 그룹이다. 모회사가 230년에 가까운 전통이 있는 셈이다.

보장성보험만 고집한 230년 전통의 고집이 라이나생명을 고통스러운 체질 개선에서 자유롭게 했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누적 3분기(1~9월) 당기순이익 2867억원으로 생보업계 4위에 올랐다. 다른 생보사가 체질 개선에 신음하는 사이 전통의 영업 방식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결과다.

흔히 '어려울 때 진가(眞價)가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업황이 좋을 때는 모든 기업이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그동안 정도(正道)를 고수한 기업이 드러난다. 1987년 출범 당시부터 보장성보험 외길을 걸은 라이나생명의 고집이 30여년이 지난 위기의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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