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경제 위기 근원 소득주도성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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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12-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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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사진=연합뉴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11일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결코 아니다"라며 경제위기 원인을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몰아세우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위기의 본질이 결코 아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 교수는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며 "이 과정에서 마치 악의 축처럼 매도되는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이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위기의 뿌리가 마치 그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있는 듯 몰아세우는 걸 본다"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의 본질이 그보다는 훨씬 더 근본적인 요인과 끈 닿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서둘러서 집행한 점을 인정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근로시간의 제한 같은 조치에 대해 시장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실책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다"며 "그래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오히려 더욱더 어렵게 만든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고쳐야 할 점은 흔쾌히 고쳐야 한다"며 "시장이 말하는 바에 겸손하게 귀 기울이고 고칠 데가 있으면 서슴지 않고 고쳐나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 위기의 본질로 근본적 취약성을 들었다. 이 교수는 "한때 우리를 먹여 살렸던 조선업, 철강업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자동차산업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 휴대폰마저 무너지면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하나?"며 "선진국은 멀리 도망가고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국은 숨 가쁘게 따라오는데 우리는 지금 도대체 무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는 인상된 최저임금을 인하해도 별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면, 최저임금을 현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음으로 우리 경제가 즉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나"라며 "정부가 그런 조치를 했다고 가정해도 자영업자의 부담이 조금 가벼워지고 일자리가 약간 늘어날 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적 측면에서 이렇다 할 개선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앓고 있는 병폐의 뿌리는 길고 깉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문제의 해결은 한 정부의 임기 안에 끝낼 수 없고 구조조정이나 규제철폐 같은 당면과제뿐 아니라 연구개발 환경의 개선이나 교육 개혁을 포함하는 전방위적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마녀사냥은 위기의 본질적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위기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이에 알맞은 대응 방안을 찾아내야만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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