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완벽한 타인' 이서진 "멜로보다는 장르물 원해…센 역할에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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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11-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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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 준모 역을 맡은 배우 이서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덜거나 보태지 않는다. 배우 이서진(47)은 작품 또는 자신의 능력치에 관해 담백하게 평한다. 그럴싸하게 포장하거나 어려운 말로 현혹하는 법 없이 있는 그대로를 직시하려는 태도는 그의 필모그래피나 연기 스타일과도 관계가 깊다. 허나 무심하게 느껴지는 말(言) 너머로 느껴지는 작품과 연기에 관한 애정은 누구보다 깊고 뜨거웠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는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휴대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이서진은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레스토랑 사장 준모 역을 맡았다. 금수저인 아내 세경(송하윤 분)의 도움을 받아 레스토랑을 개업한 그는 외식업계 스타가 되길 꿈꾸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망한 사업만 이미 여러 개. 친구들은 그의 새로운 사업이며 자신감이 탐탁지 않다. 게다가 타고난 위트와 나이스한 분위기에 항상 주변에는 이성이 그득한 상태. 아내에게 숨기는 것이 많은 준모는 이 ‘게임’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준모 역이라는 귀뜸도 없이 시나리오를 읽게 되었어요. 하지만 본능적으로 준모 역할을 맡게 되리라는 느낌을 받았죠. 까칠한 변호사(유해진 분)나 다정다감한 의사(조진웅 분)는 아니길 바랐어요. 뻔한 이미지인데다가 가정생활을 오래한 캐릭터들이라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서진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또 무리 없이 소화해내기 위해 애썼다. 연기하는 이도 보는 이도 불편하지 않는 것은 이서진의 타고난 센스 덕이다. 최근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이서진은 작품과 연기적 갈증 그리고 예능으로 얻게 된 이미지 등등에 관해 이야기를 전해왔다.

영화 '완벽한 타인' 준모 역을 맡은 배우 이서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제가 찍고 ‘재밌다’고 말하기 좀 그렇지만 시나리오보다 잘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좋게 느낀 점은 대본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한 걸 영화 속에 담아냈다는 점이었어요. 연출이 현명했죠. 대본 안에 담긴 모든 감정이 스크린에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감정선은 물론 현실의 문제들도 잘 보인 것 같아요.”

“현명했던”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과 이서진은 2003년 드라마 ‘다모’로 인연을 맺었다. 오랜 시간 맺어온 두 사람의 인연은 오늘의 ‘완벽한 타인’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다모’를 찍은지 벌써 15년이 되었더라고요. 당시에는 이재규 감독이 이렇게 유능한 사람인지 몰랐어요. 이 감독이나 저나 둘 다 신인이었으니까. 그래도 당시에는 우리 둘 다 혈기왕성했던 사람들이라서 열심히 만들어보고자 했고 결과물이 좋아서 인정을 하게 된 거죠. 영화를 보면서도 새삼 알게 되었죠. ‘아, 이 사람 참 잘하는구나’하고.”

과거의 이재규 감독과 현재의 이재규 감독은 달랐을까? 현장에서 본 이재규 감독에 관해 질문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여유가 생겼어요. 하하하. 예전엔 되게 예민했거든! 확실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제가 이 감독님을 좋게 생각하는 건 본인이 생각한 건 무조건 해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에요. 본인이 작품과 콘티 등에 관한 명확한 그림이 있어서 함께 일하기 편하죠.”

과거 드라마 ‘다모’를 함께할 당시에는 작품 및 캐릭터에 관해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서로를 설득하며 시간을 보냈었다고. 15년 만에 다시 만난 ‘완벽한 타인’은 어땠을까? 준모 캐릭터에 관한 이견은 없었는지 궁금해졌다.

“없었어요. 저도 나이가 들어서 연구하고 생각하는 게 줄어든 건지…. 이 감독이 말하는 준모 캐릭터를 그대로 살리려고 했어요. 제 생각에는 준모가 그리 생각이 깊은 아이는 아니에요. 디테일한 면에 관해 상의를 하되 캐릭터는 이 감독의 의견을 많이 들었어요.”

준모는 잘생긴 외모에 타고난 위트와 매너로 여심을 사로잡는 캐릭터다. “준모의 치명적 매력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그는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주기 때문”이라고 캐릭터를 정의내렸다.

“여자들의 나이, 취향, 성격에 맞출 줄 아는 남자인 것 같아요. 자유자재로 바뀌죠. 그렇다고 뒤처리나 수습에 능한 사람은 또 아닌 것 같아요. 몽땅 다 걸리니까. 하하하.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닌 것 같고.”

영화 '완벽한 타인' 준모 역을 맡은 배우 이서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캐릭터와의 접점은 “전혀 없다”고 말한 이서진이지만 극 중 준모는 평소 이서진의 말투나 제스처 등과 꼭 닮아있었다. “이서진을 잘 알고 있는 이재규 감독이 각색을 맡은 만큼 많은 부분을 캐릭터에 녹여내지 않았을까?”하고 묻자 “역할을 저처럼 표현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이 저를 워낙 잘 알고 있으니까 현실 속 모습을 캐릭터에 담아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시나리오를 제게 준 것 같고요. 캐릭터에 제 성격이 녹아있다기 보다는 연기를 저와 가깝게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영화 ‘완벽한 타인’은 그야말로 베테랑들의 연기 열전이 벌어지는 공간이었다. 배우 유해진부터 조진웅,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까지 내로라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모였고 그만큼 연기 호흡도 찰떡이었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극 중 인물들이 30년 지기 친구니까 실제로도 가깝게 지내면서 호흡을 맞추려고 했죠. 우리가 전라도 광주에서 세트 촬영을 했는데 숙소도 같고 매 신마다 함께 나오니까 안 친해질 수가 없었어요. 연기도 잘하고 호흡도 잘 맞으니까 빈틈없이 진행된 것 같아요.”

마치 누군가의 저녁식사 자리를 엿보는 듯, 물리고 물리는 대화가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은 “오디오가 물리거나 애드리브에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고. 이서진은 “생각지 못한 애드리브로 웃음을 유발하는 건 당연히 유해진”이었다고 털어놨다.

“유해진 씨의 애드리브가 어찌나 웃기던지. 그래도 함께 어울리는 장면이 많아서 때마다 리액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려들려고 했어요. 풀샷에서는 각각 옆자리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니까. 어색하지 않게 보이면서도 애드리브나 오디오가 물리지 않도록 조절했죠.”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준모는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데다가 까칠하고 욱하는 캐릭터. 그간 예능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던 그와 부딪치는 부분이 있었다.

“모니터 시사회를 하는데 ‘이서진이 욕하는 게 이상하다’는 관객평이 있었다는 거예요. 저도 나이 먹은 남자인데 다들 그 정도 욕은 입에 달고 살잖아요. 그렇게 센 욕도 아니지만. 모니터 시사회를 마친 뒤 저와 제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가 많으니까 이재규 감독이 그러더라고요. ‘잘 속이고 산 것 같다’고.”

그간 이서진은 로맨스 장르에서 활약하며 냉철하고 이성적인 캐릭터 혹은 로맨틱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하지만 그는 “로맨스보다 범죄·스릴러 등 장르물을 더 좋아하고 목 말라한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저는 장르물이 좋아요. 그런데 주로 로맨스물의 로맨틱한 실장님들을 연기했죠. 하하하. 저는 의학드라마는 의학만 했으면 좋겠고 수사물은 수사만 했으면 좋겠어요. 병원에서 우연히 사랑이 시작되고 그런 거 말고요.”

장르는 물론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그는 “예전부터 장르물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드라마 ‘혼’도 같은 맥락에서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센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가족이나 연인에 얽매이지 않고 인물의 본업에 충실한 캐릭터를요. 가족드라마나 아빠 역할을 한다고 관객들이 몰입할 것 같지도 않고요. 이제 주인공을 떠나 조연이라도 제가 하고 싶고 매력적인 배역을 선택하고 싶어요. 다양하고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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