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발표 초읽기인데…"시작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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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윤주혜 기자
입력 2018-09-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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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부동산 시장, 가상화폐 폭등으로 홍역 치렀던 연초 '데자뷔'

  • 당·정·청 불협화음 징후 곳곳서 발견…"시간 걸리더라도 면밀한 시장 분석이 우선"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연일 고점을 찍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이르면 이번주 고강도의 종합부동산대책을 내놓는다. 당정청 합작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등 세금규제, 주택대출 규제 강화 등 금융대책은 물론 수도권과 서울 택지개발 등 주택공급확대대책을 총망라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서 빠른 시간 내에 매수심리를 꺾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당·정·청 간 엇박자가 이어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여당 의원이 정부 대책을 사전에 유출하는가하면, 부처 간 혼선이 거듭되고 있고, 시장의 불씨를 댕기는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 등 범정부가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만한 행태를 연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이미 가상화폐 폭등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올해 초 상황과 비슷하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안정을 위해 거래소 폐쇄 카드를 내밀었지만 다음날 이를 기재부가 뒤집는가하면, 대책이 사전에 유출돼 코인 시세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등 최근 부동산 관련 부처가 '무능', '무질서', '무책임'의 정책 3무(無) 폐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서울 집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부 부처들이 각개전투 하듯 시장에 대한 근본적 분석 없이 단기 처방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 수차례 연출됐다.

특히 정부가 회심의 카드로 제시한 주택공급 방안은 시작되기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8곳이 사전에 유출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은 물론, 투기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받은 자료를 인용해 자신의 지역구인 과천·의왕을 비롯해 안산, 광명, 의정부, 시흥 등 신규 택지 후보지를 공개하자, 해당 지역의 땅값 폭등 우려가 커졌다.

더구나 신 의원이 이를 공개하기 전 이미 정보가 시중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 공직사회 기강의 마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규택지 후보지 중 한 곳인 과천시 과천동 일대 그린벨트 내 임야 거래 건수는 월 평균 3~4건 수준이었으나, 8월 들어 21건으로 급증했다. 개발 후보지 리스트를 처음 제공한 인물은 경기도에 파견돼 근무 중인 국토부 소속 공무원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 정부의 불협화음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마스터 플랜 발언으로 서울집값이 요동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당정이 서울시와 충분한 논의 없이 '그린벨트 해제'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환경단체 등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40여개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주택문제의 잘못된 해법,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벨트 해제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가져왔다는 논거는 희박하다. 오히려 주변 지역 투기를 조장했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그린벨트마저 해제한다면 수도권 시민의 생명권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지역 간, 세대 간 갈등까지 야기하고 있다. 이미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치솟는 서울 집값에 대한 성토의 글이 연일 쏟아진다.

부처간 소통 없이 잇따라 설익은 대책이 발표돼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임대사업자와 관련해 "세제혜택을 줄이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기재부에서 "부작용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지적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가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 종부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을 펼쳤지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수위를 낮췄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전세자금 대출 규제도 실수요자의 전세자금 대출길을 옥죈다는 반발에 부딪히자, 이틀 만에 백지화를 선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최근 서울 집값 폭등은 수요층이 정부의 규제를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상승 에너지가 떨어진 자치구조차 높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집값 상승에 심리적 불안감이 더해져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당·정·청이 내부적으로 의견 조율을 마치지 못한 채 정책을 계속 쏟아낸다면 시장은 이를 신뢰할 수 없다"며 "부동산 대책은 주택 시장의 '대계(大計)'나 다름없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된 후에 발표돼야 하는데, 최근 쏟아지는 내용들은 시장의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 모두 단기 처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대단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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