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13. 글로 남기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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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8-08-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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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트린 지타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노천카페 [사진=홍성환]


# 나는 여행의 유통 기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당시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간직하고 자주 꺼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억을 가장 효과적으로 간직하는 방법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사진에는 나의 생각과 느낌을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191쪽> (카트린 지타, 걷는나무)

지난주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여행 때마다 그때 느낀 감정을 어떻게 하면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을지가 언제나 고민입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지만, 사진이라는 틀 안에 내 눈으로 본 장면과 마음으로 느낀 감정을 모두 담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또 사진 찍는 데 집중하다 보면 놓치는 것들도 많습니다.

때문에 여행지에서 최대한 '글'을 많이 남기려고 시간을 투자합니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한두 시간 멈춰 서서 그 순간의 감정을 적습니다. 카페에서 냅킨에 간단히 끄적이기도 하고 공원 벤치에 앉아 메모장을 펴고 길게 써넣기도 합니다. 사실 대단한 내용, 멋진 문장도 아닙니다.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막 적는 것이죠. 그렇게 쓰다 보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기억에 더 강하게 새겨집니다.

비싼 돈 주고 외국에 가서 시간 낭비한다면서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금세 잊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오히려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평소 가고 싶었던 도시는 주로 혼자 떠나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의 일정에 맞출 필요 없이 내 마음대로 시간을 활용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카페에 몇 시간씩 앉아 있어도, 공원 잔디에 누워 낮잠을 자도 보채는 사람이 없습니다. 두 다리로 천천히 걸으면서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볼 여유가 생깁니다. 여행지를 더 자세히 보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여행 가방을 쌀 때 메모장과 연필을 챙겨보는 건 어떨까요.
 

[카트린 지타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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