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말해도 소용없는데 입만 아프게..."소상공인 뿔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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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18-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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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원금보다 최저임금 차등화" 한 목소리

26일 오전 점심시간을 앞둔 서울 용산구의 식당가 골목은 대부분 문을 닫아 한산했다. [사진=오수연기자]


"최저임금? 말해봤자 소용없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해요?"

26일 오전 방문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점주는 최저임금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피곤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어 "인건비 때문에 어려움이 크지만 달라질 것이란 기대가 없어서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고 싶지 않다"고 핏대를 세웠다.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이 발표됐지만 이날 용산구 소상공인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갈월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는다지만 현재는 전혀 피부로 실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이 시행되고 대상자들이 효과를 느끼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그 타이밍을 기다리다 다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자영업자들이 다 망하고 나서 효과가 나타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제로페이의 사례를 들며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실질적으로 손님 대다수가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쓰도록 보급될 때까지는 1, 2년이 걸릴 텐데 그 사이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영동에서 호프를 운영하는 김씨는 "아르바이트생과 직원을 합쳐 10명을 고용했는데 인건비 부담으로 2명이나 줄였다"며 "더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점심시간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고 가족 3명이서 번갈아가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남은 사람들은 업무 강도가 더 세져서 고생하고 있는데 말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다"며 "탁상공론은 그만하고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그는 "최저임금은 단순히 내가 고용한 사람들의 인건비 문제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식자재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예를 들어 야채값은 폭염이나 장마 등 날씨 때문에 가격이 인상되기도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른 뒤로는 특별한 인상 요인이 없어도 인건비 때문에 식자재 가격이 계속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렬 한국외식업중앙회 용산구지회장은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최저임금 문제"라며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용산구에서 직원들 봉급을 주지 못해 문 닫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며 "심지어 야반도주하는 가게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서는 "연말이 되면 정책 효과가 발생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하지만 바닥 민심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피부로 와 닿지가 않는 것이 현실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정책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건비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갔다"며 "최저임금을 조금 더 세분화해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사상 지위별, 또는 업종별 등 특성에 맞게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서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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