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영광X박보영 '너의 결혼식', 그 시절 우리의 첫사랑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송희 기자
입력 2018-08-23 01:4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극 중 승희(박보영 분)와 우연(김영광 분)[사진=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컷]

“사랑은, 결국 타이밍이다.”

중학교 체육 교사인 우연(김영광 분)은 옛 연인인 승희(박보영 분(에게 청첩장을 받게 된다. 쿨하게 “꼭 가겠다”며 허세를 부렸지만, 그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꿈도 미래도 없던 고등학교 시절, 첫눈에 반해 죽기 살기로 따라다녔던 승희가 타인과 결혼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열아홉 여름, 우연은 전학생 승희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야말로 ‘직진’만 해왔다. 일진 택기(차엽 분)의 괴롭힘에도 좀체 마음을 굽히지 않았고 승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와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애썼지만, 갑작스레 승희가 사라져버리고 우연은 큰 충격에 빠진다.

그러던 중, 우연은 승희가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는 승희와 만나기 위해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줄이고 공부에 매진했고 어렵사리 승희와 같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승희와의 ‘타이밍’은 좀체 맞지 않았다. 승희와 어울리기 위해 모든 것을 맞춰왔지만, 그와 ‘시간’이 맞지 않았던 것. 승희는 이미 멋진 체대 선배 윤근(송재림 분)과 교제 중이었다.

영화 ‘너의 결혼식’은 이석근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10년 전, 우연히 참석한 결혼식을 계기로 영화의 시놉시스를 구상하게 되었다는 이 감독은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후로 이어지는 연대기 속 첫사랑의 풋풋함과 설렘을 담은 로맨스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객들이 그들의 역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우연과 승희의 14년을 관객과 함께 쌓아감으로써 타인의 로맨스가 아닌 나 혹은 내 이웃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만든다는 것이 영화의 강점이자 재미 요소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두 인물이 위태롭게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품고 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사랑을 완성할 수 없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안타깝고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인물들의 성장과 변화를 담아내 다양하고 폭넓은 이야기로 변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다.

특히 ‘너의 결혼식’은 주인공 우연과 승희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눈길을 끈다. 흡사 대만 청춘 로맨스를 연상하게 만드는 독특한 질감과 결은 국내 관객들의 정서에 부합하며 기존 로맨스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추억의 아이템이나 문화, 분위기 등 추억을 향유할 만한 요소는 덤. 영화 곳곳에서 과거의 기억들을 만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대부분이 우연의 시점으로 진행, ‘첫사랑’ 승희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연의 감정이 섬세하고 자세하게 묘사되는 반면, 승희는 단편적으로 묘사돼 그의 심정을 이해하는 건 오로지 관객의 몫으로 떠넘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편의 청춘 멜로와는 달리 ‘너의 결혼식’은 승희의 모든 선택을 “타당하다” 밝히며, 일방적으로 남성들의 판타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우연의 일방적인 감정과 승희의 선택들은 그저 ‘타이밍’이 맞지 않았음을 수차례 언급한다. 우연과의 이별, 승희의 또 다른 선택에서 시작하는 ‘너의 결혼식’만의 로맨스는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기 마련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그간 다양한 로맨스 장르에서 활약해온 박보영은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현실적이고 똑 부러지는 인물을 연기,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영화가 전적으로 남성의 시선,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음에도 ‘첫사랑’ 승희의 입장을 열렬히 대변해 인물을 납득 가능하게 만드는데 충분한 공을 세웠다. 단순히 ‘이해할 수 없는 첫사랑’의 이미지가 아닌,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인물로서 숨 쉴 수 있도록 그려냈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다.

또 우연 역의 김영광은 우연, 그 자체를 표현해 그야말로 ‘인생 캐릭터’를 찾는 데 성공했다. 기존 이미지를 모조리 지우고 김영광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낸 것이다. 마치 스크린 속, 낯선 신예 배우를 만난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고교 시절부터 대학생, 취준생, 체육 교사에 이르기까지. 김영광은 다양한 면면을 드러내며 관객들을 집중시키고 또한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22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10분이며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