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캡틴으로 거듭난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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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8-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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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 [연합뉴스]


손흥민의 오른발이 없었다면 한국 축구는 말레이시아 전 패배로 인한 무력감을 다시 한번 느꼈을지도 모른다. 20일 남자 축구 대표팀은 인도네시아 반둥에 위치한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에 1대0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이날 대표팀은 경기 내내 답답한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장윤호의 크로스를 받은 손흥민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결승 골을 터뜨렸다. 지난 6월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최강 독일팀을 꺾는 이변을 연출한 대표팀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올해 27살인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주장 완장을 찼다. 그가 공식 국제 대회에서 캡틴으로 경기를 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발언에는 과거와 다른 책임감이 느껴졌다.

키르기스스탄 전을 마친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부족한 게 많다. 선수들이 잘해 주고 난 그저 주장으로 솔선수범하려고 한다"며 "16강부터는 지면 짐 싸서 집에 가는 거다. 약한 팀이 나가는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손흥민은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 전에 패한 뒤 "우리가 독일을 월드컵에서 이긴 게 역사에 남듯이 말레이시아 전 패배는 우리 커리어에 끝까지 남는다. 한 번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손홍민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사실상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대표팀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선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28년 만에 금메달을 거머쥐어 병역 특례 기회가 있었지만, 손흥민은 소속팀 차출 거부 등 여러 문제가 겹쳐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 이후에는 대표팀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메달 운은 없었다. 병역문제와 관련해서 지독한 불운이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어느덧 완장을 찬 손흥민은 주장의 역할에 대해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어려운 경기가 많을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많이 얘기해주고 싶고 나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 경험한 것을 서로 얘기하는 게 많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개인보다는 동료,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축구 황제 펠레는 과거 스스로 팀 주장이라고 생각했냐는 질문에 "결코 나 자신이 리더가 되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 모든 관심이 나에게 집중됐다"며 "동료들에게 최선의 메시지를 전해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살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점 말이다"라고 답했다. 선수시절 펠레는 자신에게 공을 주지 말고 팀플레이를 하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펠레와 손흥민의 발언에는 비슷한 면이 있다. 주장은 스타 플레이어와 다르게 팀원을 위한 헌신과 책임이 우선이다. 시합이 거듭될수록 손흥민에게서 캡틴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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