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11. 도시의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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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8-08-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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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경선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일본 교토 기온거리 [사진=위키피디아]


# 오랜 시간을 버텨낸 나무가 안겨주는 진한 향수(노스탤지어)와 그리운 감촉은 귀하디귀했다.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181쪽>(임경선, 예담)

몇 해 전 한 교수님이 제게 "외국사람이 서울의 정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어디를 추천하겠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한강과 청계천, 명동·강남과 같은 번화가, 경복궁·덕수궁 등 문화유산, 아니면 신나게 마시고 놀 수 있는 야구장. 순간 여러 장소가 떠올랐지만 딱 '이곳'이다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자 교수님은 "서울은 과거와 단절된 도시다. 과거와 단절됐기 때문에 서울의 고유한 정서가 남아 있는 곳은 이제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서울은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입니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국내외 대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등 도시 경쟁력이 높습니다. 다만 '서울은 ○○한 도시다'라고 규정할 단어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정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것은 일단 허물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세우다 보니 과거와 단절이 생겼습니다.

과거 피맛골은 그 특유의 정서가 살아 숨 쉬는 곳이었습니다. 200개가 넘는 식당이 빈대떡과 막걸리, 족발, 해장국 등 서민 음식을 팔면서 다양한 정서를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 자리에는 높은 빌딩만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피맛골이라는 껍데기는 아직 남아 있지만 그 영혼은 사라졌습니다. 수백년간 이어진 문화가 재개발 한 번에 모두 없어진 것입니다.
 

서울 종로 피맛골 먹거리 골목의 모습. [사진=서울역사아카이브]


종로 서촌과 북촌, 익선동 등이 새로운 정서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서가 계속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임대료, 인건비 등 다양한 이유로 상인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 역시 언젠가 개발 광풍이 몰아치면서 정서가 끊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도시의 정서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옛것을 잘 보존하면서 지속가능하도록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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