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한잔] 설조스님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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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입력 2018-07-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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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계사 앞에서 성명식을 갖은 설조스님 살리기 국민행동 연석회의. [사진=하도겸 칼럼니스트]


때로는 수많은 말보다 사족을 붙이지 않고 전하는 것도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폭염 속 조계종의 적폐청산을 원망하며 시작된 88세 설조 노(老)스님의 단식이 한 달을 넘어섰다. 일반인도 견디기 힘든 무더위 속에서 노스님의 노상 단식이 장기간 지속하고 있다. 노스님의 생명이 백척간두에 달렸다.

설조 노스님을 살려야 한다. 노스님을 이대로 길바닥에서 돌아가시게 한다면 불교인만이 아니라 촛불로 적폐청산의 의지를 살랐던 이들에게도 참괴한 일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설조 노스님의 목숨은 꺼져가고 있다.

스님을 살리고자 불교계의 승려단체, 시민단체, 신도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진보연대), 노동단체(전국교직원노조), 언론단체(언론인 불자연합회), 범종교단체(종교자유정책연구원), 각 종교 시민단체 대표 등이 모여 지난 17일 긴급회의를 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사회단체들도 뜻을 함께해 설조스님 살리기 국민행동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설조 노스님께 단식을 멈추길 간절히 호소한다. 스님의 뜻은 모든 불교인과 사회단체, 특히 ‘설조스님 살려내기 국민행동 연석회의’가 이어갈 것이다.

국민행동 연석회의는 설정 총무원장을 비롯한 조계종 집행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설조스님을 살리고 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에 시민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또 설조스님 단식 중단을 위한 조계종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만약 가시적인 조치가 즉각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석회의에 참여하는 모든 단체는 조계종과의 협력사업을 모두 중단할 계획이다.

국민행동 연석회의는 설조 노스님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의미로 릴레이 단식과 릴레이 108배를 실행해 스님의 뜻을 널리 전파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계종이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중·존경받는 위상을 회복할 때까지 뜻을 같이하는 모든 시민 사회단체와 연대한다.

88세 고령의 수행자가 곡기를 끊어가며 조계종의 적폐 청산을 간절히 당부했다. MBC ‘PD수첩’이 불교계 지도급 승려들의 비리를 두 차례에 걸쳐 방송한 이후 조계종의 적폐는 불교 내부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가 됐다. 온 국민이 공분하고 방관할 수 없는 범법행위가 된 것이다.

정교분리의 헌법 가치는 엄중하게 지켜져야 하고, 종교의 자주성 역시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종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숨은 종교인의 범죄행위에 법 적용을 하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이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회의할 것이다.

정부 특히 사법기관은 종교단체에 대해 사법 특권 없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종교단체에서 발생한 범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수사로 자정 능력이 상실된 조계종을 바로 세우려는 설조 노스님의 비원과 모든 불자의 바람이 실현되는데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

한국 불교는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민족의 정신 문화유산이다. 민족사의 고난마다 앞장선 큰 스승들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존경한다. 하지만 이런 불교가 일부 지탄받는 승려들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를 방관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조계종이 본연의 청정하고 자비로운 모습을 되찾아 민족의 존경받는 종교로 되살아나길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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