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한-EU 수교 55주년 : EU 최고 파트너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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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주벨기에 유럽연합대사
입력 2018-07-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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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벨기에 유럽연합대사 김형진



벨기에를 방문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 중의 하나가 워털루다. 나폴레옹이 마지막으로 패배한 전투가 일어난 곳이다.

여기에는 인공 동산 위에 설치된 사자상이 있다. 유럽이 어렵게 쟁취한 평화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한편, 다시 전쟁이 일어날 기미가 보이면 이를 눌러주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벨기에는 제1차 대전과 제2차 대전의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벨기에가 유럽연합(EU)을 유치한 데는 평화를 염원하는 소망이 있다.

“목표가 정확한 노력과 상호신뢰를 통해 역사적으로 적대적인 국가가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2012년 10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EU에 '노벨 평화상' 수여를 결정하면서 이렇게 발표했다.

EU는 전쟁의 대륙이던 유럽을 평화의 대륙으로 변화시킨 공적을 인정받았다.

프랑스 총리를 역임한 로베르 슈망의 말처럼, EU 회원국 간 전쟁은 생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해졌다.

유럽합중국까지는 몰라도 EU는 통합과 협력의 먼 길을 걸어왔다. EU는 도전을 극복하며 발전해 왔다. EU는 이런 도전 극복의 결과라는 장 모네의 말은 일리가 있다.

한국은 EU의 최고 파트너다. 필자가 지난해 1월 브뤼셀에 도착한 직후 EU 고위인사에게 들은 말이다.

과장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은 EU와 정치·경제·안보 면에서 3대 핵심협정을 처음으로 체결한 나라다.

캐나다-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캐나다도 같은 위치에 서게 됐지만, EU와 3대 핵심협정을 전면 발효시킨 나라는 아직 우리나라뿐이다.

한국은 기본협정, FTA, 위기관리참여협정을 통해 EU와 광범위한 협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한국은 EU의 10개 전략적 동반자 중 하나다. 여타 전략적 동반자가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인도·캐나다·멕시코·브라질·남아공으로 전 세계의 핵심국가인 것을 보면, 전략적 동반자의 의미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과 같이 EU와 가치를 공유하는 전략적 동반자는 더욱 소수다. 한-EU FTA는 2011년 7월 잠정발효 이후, 2015년 12월에 전면 발효됐다.

EU가 아시아 국가와 체결한 최초의 FTA이자, 최초의 신세대 FTA로서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한다.

작년 한-EU 무역은 1113억 달러로 2010년 대비 21% 증가했다. EU는 한국의 제3위 무역상대이며, 한국은 EU의 제8위 무역상대국이다.

지난해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한-EU FTA를 거론한 데는 이유가 있다. 메르켈 총리는 "한-EU FTA가 '윈윈 합의'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줬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발효한 한-EU 위기관리참여협정에 따라, 우리 청해부대와 EU 해군은 ‘아탈란타’ 합동작전을 통해 소말리아 인근해역에서 해적 퇴치를 위해 협력한다. 또 오는 24일은 '한-EU수교 55주년'이 되는 날이다. 

양측은 EU의 초기단계부터 협력을 강화해 왔다. 한-EU 관계는 오는 10월 EU가 주최하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를 계기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EU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계기에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EU에 특사를 보냈다.

특사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10일 후인 5월 19일 브뤼셀에서 투스크 상임의장, 모게리니 고위대표 등과 만났다.

문 대통령도 곧 이어 함부르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투스크 상임의장과 만났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3월 EU를 방문했다. 특히 3월 방문 시 아시아 외교장관으로는 처음으로 EU 외교이사회 회의에 참석했다.

EU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에 영감을 준다. 동아시아에서는 아직 과거의 문제가 미래를 위한 협력을 가로막으며 영토분쟁도 있다.

특히 북한은 동아시아 지역협력에서 블랙홀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북핵문제 해결이 진전됨에 따라 동아시아의 지역협력도 힘을 얻게 되며, EU의 지역협력과 통합경험은 귀중한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통해 EU에서 얻은 교훈을 활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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