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훈풍에 파주 ‘기획부동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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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입력 2018-06-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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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청금 요구하는 경우 의심해봐야”...“농지는 ‘자경 원칙’ 따라야”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자 호재를 부풀려 경기 파주시 남북 접경지대 땅을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파주시 민간인 통제선 지역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서울 노원구에 사는 A씨(34)는 얼마 전 친구로부터 3.3㎡당 250만원인 경기 파주시 땅에 함께 투자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A씨는 적은 돈으로 ‘무조건 오르는 땅’에 투자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신청금만 300만원 선입금이라는 말에 다단계 형식을 취한 ‘사기’가 아닌지 의심해보게 됐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파주 등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땅값이 급등하자 기획부동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기획부동산이란 개발 계획 등 호재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일종의 공동 투자 방법으로 사전적인 정의는 없지만, 주로 땅을 쪼개 파는 경우를 일컫는다. 하지만 종종 기획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호재를 부풀리거나 사실 확인이 어려운 정보를 제공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어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월 2058건이었던 파주시의 전체 토지 매매 거래량은 지난 4월 4852건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이와 같은 쏠림 현상은 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회담을 개최하고 북한을 넘어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로가 뚫릴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형성되면서 더 확산되고 있다.

파주시 문발동의 P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민통선에 있는 땅은 작년까지만 해도 3.3㎡당 7만~8만원하던 곳이 지금은 20만~30만원가량으로 뛰었으니 확실히 오르긴 올랐다”면서 “하지만 파주시 대로변에 위치해야 3.3㎡당 200만원 정도의 가격이 될 것이다. 접경지대가 100만원이 넘는다는 건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파주시 문산읍에는 한 승합차에 여러 명을 태워 땅을 보러오는 일명 ‘땅 투어’도 성행하고 있다. 문산읍 당동리의 P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여섯명씩 데리고 땅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도에서는 제주 투자 바람을 타고 개발이 안 되는 서귀포 땅을 개발이 될 것처럼 꾸며 쪼개 판매한 조직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은 43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220억원가량을 챙겨 사상 최대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으로 기록됐다.

파주시도 제주도처럼 쉽게 개발할 수 없는 땅이 많다.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에 따르면 기획부동산 사기 조직이 추천하는 땅은 남북 접경지에 있는 지역으로 대부분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곳이다. 1996년 농지법이 제정된 이후 투기적 소유 및 미경작 농지를 방지하기 위해 취득한 농지는 소유자가 농사를 짓는 ‘자경 원칙’을 따라야 한다.

여기에 토지를 쪼개 파는 경우 소유자가 원할 때 마음대로 되팔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문산읍 당동리의 G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토지는 취득한 지 1년이 안 돼 되파는 경우 60%가량을 세금으로 내야하는데 이런 경우를 생각하지 못하고 나눠서 투자를 하니 싼 매력이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신청금을 요구하거나 투자할 땅의 정확한 지번을 알려달라고 하는데 대답을 못 할 경우는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부동산은 심리적인 영향을 받다보니 지역 호재가 있을 때 5%의 가능성을 기정사실화시켜 이를 이용하는 경우”라며 “땅은 개발 계획이 착수되기 전까지는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개발이 안 되면 가격이 원상복귀될 수도 있어 그 자체가 투자 위험성이 큰 상품이다. 그래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파주시의 경우 개발에 들어가더라도 대규모의 땅을 정리하게 되는데, 쪼개서 사들인 경우 소유권을 정리하는 것도 어렵다"며 "토지는 실수요자가 많은 아파트와 달리 환금성이 낮은 상품이기 때문에 기대감만 갖고 접근했다가 팔고 싶을 때 처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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