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 내가"...책임경영 결실 맺은 우오현 SM그룹 회장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류태웅 기자
입력 2018-06-04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한진해운 파산 때 무너진 미주지역 영업망·네트워크 조기 정상화

  • 주요결정·법적책임 다하려 등기이사로 전면 나선 'M&A의 귀재'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북미서안 노선(PNS) 취항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SM상선 제공]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염려하지 말고 지시한 대로 최선을 다하라."

칼바람이 불던 지난해 12월 초 우오현 삼라마이더스(SM)그룹 회장이 서울 마곡동 SM 연구개발(R&D)센터 12층 집무실에 원양 국적선사인 SM상선의 주요 경영진을 소집해 한 말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신규 노선 개설' 문제를 차질없이 밀고 나갈 것을 주문했다. 일부 임원들에게서 "해운업황이 어려운 만큼, 신규 노선 개설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보고를 받고, 며칠째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다. 

당시 배석한 SM상선 관계자는 "우 회장의 얼굴이 금세 많이 수척해 보였다"면서 "다만 의기투합하자는 말씀이 강한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외부 환경 탓을 하면 현상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며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SM상선, 북미(北美)서안 노선 개설··· 한진해운 맥 잇는다
3일 SM상선이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무너진 미주지역 영업망 및 네트워크를 조기 정상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지배그룹인 삼라마이더스(SM)그룹을 이끌고 있는 우 회장의 책임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SM상선은 지난달 17일 부산신항만에서 북미서안 노선(PNS) 신규 취항식을 갖고, 명실공히 미주전문 국적 원양선사로 발돋움했다. 이는 2017년 한진해운의 선박·항만시설·인력·미주노선 등 자산을 인수한 이후 불과 1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경영이 있었기에 이만큼 이른 시일 내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우 회장은 이날 신규 취항식에서 "국적선사의 적취율(우리나라 화물을 우리 선사에 싣는 것)을 제고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도 직결되는 만큼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두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공공연한 자리에서 "SM상선을 키워 한국 해운업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줄곧 얘기해 왔다.

물론 한진해운 자산 인수 결정은 쉽지 않았다. 자칫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같았다. 이미 한국 국적선사 및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주요 화주들이 떠난 데다, 한진해운의 네트워크가 모두 붕괴돼 실익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SM상선 관계자는 "우 회장이 과거 한진해운 직원들의 고용을 대거 승계하며 재기의 기회를 준 것이 주효했다"면서 "이를 통해 회사 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오현 회장 책임경영 '빛' 났다
우 회장은 '인수·합병(M&A)의 귀재'로 꼽힌다. 양계장 사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68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5조~10조원 규모의 준대기업 'SM그룹'을 이끌고 있다.

우 회장은 산업 내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벌이는 식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우 회장은 본인이 직접 '등기이사'를 맡으며 책임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진다.

2016년 10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에 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 우 회장은 계열사 36곳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해 부실경영을 초래하고,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더욱 지배적이다.

김남성 법무법인 리앤킴 파트너 변호사는 "지배주주인 등기이사가 경영에 참여할수록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면서 "되레 직접 경영에 참여하면 주주단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다른 경영진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등기이사를 얼마나 맡고 있느냐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지배주주가 사적이익을 추구한다면 사후적으로 감독기관이 감독하고, 수사기관이 수사해 처벌하는 식으로 막는 방법이 있다"면서 "단지 오너가 등기이사를 다수 겸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우 회장은 매주 주요 계열사 임원과 돌아가며 회의할 만큼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며 "현재는 비슷한 제조업끼리 묶는 등 계열사를 통합하고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