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신흥시장, 아시아 금융위기 재현될까...中 언론 "통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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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05-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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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헨티나, 터키 이어 인도, 인도네시아 등 '경고음',

  • 미국 통화 기축, 시장 불확실성에 통화가치, 주가 등 폭락

  • 1997년 외환위기 재현? 일부 국가 타격 커...전반전 확산은 없을 것

[사진=연합/로이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발 악재와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일부 신흥국 증시, 채권시장, 환율시장이 요동치면서 상대적으로 외자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태평양에 1997년의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고개를 들었다.

중국 경제전문매체인 21세기경제보도는 30일 이러한 최근 분위기에 대해 "유사한 측면이 있고 리스크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처럼 위기가 아태지역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신문에 따르면 시장 곳곳에서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할 지도 모른다"면서 "최근 신흥국 금융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고 이 중 일부는 금융위기 전조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의 부정적 전망은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는 지난주만 1.3% 급락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이래 주 단위 최대 낙폭으로 이례적이다. 미·중 무역갈등, 유럽발 정치적 위기, 중동 정세 악화에 더해 미국이 긴축 기조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예상 외로 주춤하던 달러가 4월 중순 이후 강세를 보이면서 주요 신흥국 통화 절하 압력이 커졌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 터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아시아 통화도 평균적으로 달러 대비 크게 절하됐다. 특히 인도 루피의 달러대비 가치는 연초 대비 6% 이상 하락해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금융정보업체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국가의 증시도 6% 이상 폭락했다. 지난 15일간 무려 80억 달러가 신흥국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을 떠났다. 

이처럼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국 금융시장을 흔드는 것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다수의 신흥국이 달러 약세를 기회로 저렴하게 거액의 달러화 채권을 매입해온 때문이다. 쉽게 말해 달러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이는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부채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로 외화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 전체 경기를 악화시키고 다시 절하 압력을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2012~2017년 사이 전 세계 부채는 총 25조 달러가 증가했고 이 중 신흥국의 부채 증가분이 21조 달러로 전체의 84%에 육박했다.

아시아의 위기가 세계로 번져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제 금융계의 큰 손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이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외교협의회(ECFR) 연례회의에서 '유럽연합(EU)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연설한 뒤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AP/연합]



헤지펀드의 살아있는 전설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외교협의회(ECFR) 연례회의에서 "달러가 급등하면서 신흥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것이 또 다른 금융위기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기 '10년 주기설'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1997년, 2008년에 이어 새로운 금융위기가 곧 일어날 것이며 최근의 신흥국과 유럽의 불안한 상황이 신호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제 전망도 비관으로 기울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0일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9%에서 3.8%로 낮췄다. 하향조정의 배경으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주요국 금리 정상화와 이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꼽았다.

◇ 인도 등 일부 국가 타격 클 수도...일단은 '통제 가능'
 

[사진=바이두 ]



21세기경제보도는 다수 전문가와의 취재를 바탕으로 "최근 통화시장과 거시경제에 지난 2013년 긴축발작 당시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장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져 유동성 긴축의 타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단기적으로 위기가 시장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쌍둥이 적자 국가 등은 타격 강도가 훨씬 클 수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이 대표적으로 앞으로 아태지역의 인도네시아, 인도 등이 단기적으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인 산티탄 사티라타이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인도 채권·주식시장에 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면서 "이는 금융시장이 일단 요동치면 인도 경제까지 둔화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훙창푸(洪長福) 크레디트스위스 아태 투자은행 및 자본시장 공동 주임은 "특히 부채가 상대적으로 많고 자본유출을 겪고 있다면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며 "최근 말레이시아의 통화시장 전망은 '낙관'에서 '보통'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은 '비관'으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태 시장 전체를 두고 볼 때 여전히 나쁘지 않은 미래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포레스닷컴의 황쥔(黃俊) 애널리스트는 "아태지역 신흥국에 여전히 문제가 있고 리스크도 크지만 아직까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신흥국의 부채가 일촉즉발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만약을 대비해야 할 시기라며 미국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 등을 대비해 자국 금융시장과 경제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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