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4차산업혁명시대, 임금인상을 상쇄할 생산성 향상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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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조교수
입력 2018-05-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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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조교수]



최저임금의 산입범위가 30년 만에 확대되었다. 지난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저임금 계산 시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과 식비, 숙박비 및 교통비의 일부를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1998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제도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산입범위가 변경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인 16.4% 인상되자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향후 인상속도 완화와 산입범위 확대를 요구하였다. 물론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의미하게 한다며 반대했었다. 이번 산입범위의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계와 경제계의 고민들이 일정부분 반영되어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는 최저임금과 관련된 노력이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산입범위 확대에 반대해온 노동계는 총파업 및 국민청원을 요청하고 있으며, 기업들 역시 상여금 지급 방식 변경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우려되던 자영업 경영난은 현실이 되었으며, 주휴수당 등 비용 증가를 우려한 일자리 축소로 오히려 실업난이 가중되는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처럼 이해관계자 모두 첨예한 대립을 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임금이라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동력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를 발생케 한다. 당연히 주는 쪽은 적게 주려 하고, 받는 쪽은 많이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피해를 보는 쪽이 있다 보니 가운데 정부가 끼어든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최저임금과 관련된 대립과 논란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2008년 이후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움직임이 거세다. 영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로드맵을 진행 중이다. 특히 독일은 오랜 기간 임금을 노사 자율에 맡겼으나 최근에서야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며 임금 인상을 주도하였다.

역사적으로 임금 인상이 가장 크게 성공했던 사례로 1914년 헨리 포드의 신년 임금 인상을 꼽을 수 있다. 이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존 임금의 두배 인상을 결정하자 포드사 하이랜드 공장 앞에는 노동자들이 몰렸다. 노동자의 구매력이 높아지며, 포드사는 당시 3교대로 공장을 돌려도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였다.

그렇다면, 왜 헨리 포드는 산업평균 임금을 뛰어넘는 획기적 임금 인상을 선택하였을까? 이유는 ‘동기 부여’였다. 당시 포드사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사람이 작업대를 오가며 일하던 방식에서 제자리에서 자신의 일만 하는 노동환경으로 급변하는 시기였다. 이로 인해 근무태만 및 이직이 크게 증가하여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이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포드사의 방법이 바로 임금 인상을 통한 해법이었다.

하지만, 임금 인상에 의한 동기 부여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포드사는 16년 뒤 1930년 또 한번 임금을 크게 올렸다. 미국 대공황기 당시 기업인들에게 ‘임금을 삭감하지 말라’는 미국의 후버 대통령의 권고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리 정반대로 나타났다. 경제불황의 골이 깊어지며 포드사의 자금사정으로는 채 1년도 지나지 못하고 인원과 급여를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은 성공하였으나, 왜 두번째에는 실패하였을까? 이유는 포드사에 첫번째 임금 인상 상황과 달리 임금의 증가를 상쇄할 만한 생산성 향상 방안 및 혁신적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임금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내가 회사에 벌어주는 게 얼마인데, 이 정도는 당연히 받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받는 임금은 내가 회사를 위해 일하고 벌어온 정당한 수익의 분배라 여긴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에 일을 할 것인지 미리 정하고 시작한다. 임금은 양면적이다. 임금은 기업의 입장에선 비용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기 전에 미리 결정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임금의 증가는 생산비용의 증가를 야기한다. 따라서 임금 인상은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며, 이는 수요의 감소를 가져온다. 따라서 임금 인상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달려 있다. 그래서 임금 인상은 오히려 기업에 생산성 증가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압력을 극복하며 우리는 산업혁명을 경험하였다. 우선 18세기 1차 산업혁명은 모직산업의 임금 상승을 상쇄하기 위한 증기기관의 발달을 가져왔으며, 1914년 2차 산업혁명의 방점을 찍은 포드사의 임금 상승은 산업의 확장과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통한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였다. 인터넷을 통한 3차 디지털 혁명은 급격한 임금 인상을 이끌기보다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과거에 비해 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실질적인 임금상승의 효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전 세계적인 최저임금 인상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선진국들이 이미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 생산성 향상에 대한 경쟁은 벌써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최저임금 인상은 이를 설명하는 시대적 징후일 뿐, 다른 선진국가들은 혁신적 기술을 갖추고 이미 저 멀리 출발하였다.

노사정 모두에게 부탁한다. 생산성 향상이 없는 임금 인상은 과거 포드사가 그러했듯이 마치 요요처럼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생산성 혁신을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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