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유지 외교'…중간서 북미회담 정보수집 안간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곽예지 기자
입력 2018-05-28 17:1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싱가포르 향하는 北고위급 입에 주목

  • "김정은도 中 경유" VS "가능성 낮아"

  • 중국 배제론 비등, 역할론 강조 주력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사진=연합뉴스]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싱가포르로 향하는 북한 고위급을 상대로 회담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에 참석하기 전 베이징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북·중 간 최종 조율 작업을 벌이는 게 중국이 기대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같은 중국의 '경유지 외교'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집사' 베이징 찍고 싱가포르로

28일 베이징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일행이 이날 베이징을 경유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김 부장 등 북한 측 인사 8명은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뒤 오후 4시 35분께 싱가포르행 중국국제항공 CA5283에 탑승했다.

이들은 오는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장소인 싱가포르에서 미국 대표단과 의전·경호·보안 등의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북·미 회담 전 확정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사안이 의제와 의전"이라며 "판문점에서 열리는 북·미 실무 협상에서 회담 의제가 다뤄지고, 김 부장은 의전 문제와 관련해 싱가포르로 향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 부장이 싱가포르행 항공편에 탑승하기 전 6시간 이상 서우두 공항 귀빈실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중국 측 인사와의 면담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날 공항에서 중국 내 의전 차량이 목격되기도 했다.

앞서 김 부장은 지난 24일에도 북한 노동당에서 중국을 담당하는 김성남 국제부 부부장 등과 함께 싱가포르로 가기 위해 베이징을 들렀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자 26일 다시 평양으로 돌아간 바 있다.

김 부장이 베이징에 머문 2박 3일 동안 중국은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을 숙소로 제공했다. 북·미 회담과 관련해 북·중 간 다양한 논의가 있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싱가포르로 이동할 때 베이징을 경유한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회담 장소로 향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 상태를 감안했을 때 중간 급유 등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잠깐 만나 회담 내용과 관련해 물밑 조율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6월 중순께 중국 동북 3성의 열차 운행이 일부 중단되는 것을 근거로 김 위원장이 또다시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에 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중 간 밀월 관계 형성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만큼 회담 전 김 위원장의 공식 방중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동북 지역의 열차 운행 중단은 (6월 9~10일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때문으로 본다"며 "10여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중요한 행사라 사전 준비 작업의 규모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中 배제 움직임에 '조바심'

중국은 싱가포르와 판문점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북·미 접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리진쥔(李進軍) 주북한 중국대사도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북·미 회담 진행 상황과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자 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중국 역할론'이 흔들리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중국 내에서도 조바심을 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왕쥔성(王俊生)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봉황망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서둘러 행동해야 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미국으로 특사를 파견하고 한·일 양국과도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무엇이 이익에 부합하는지 확실하게 파악하고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절대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도 급변하는 북·미 정상회담 및 남북 정상회담 움직임을 파악하고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일정을 앞당겨 6~7일 미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일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