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0~60대 ‘꽃중년’, 인생2모작에 웃는다...폴리텍대, 수강생 절반 이상 은퇴 후 재취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원승일 기자
입력 2018-05-20 13: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60대 제자들이 부르는 40대 스승의 은혜

  • 만 50세 미취업자 대상…베이비부머·여성재취업 과정도

‘시니어 헬스케어’ 과정 교육생들과 김세련 교수(가운데)[사진=한국폴리텍대학]

‘시니어 헬스케어’ 과정 교육생들과 김세련 교수(오른쪽)[사진=한국폴리텍대학]

‘시니어 헬스케어’ 과정 교육생들과 김세련 교수(왼쪽)[사진=한국폴리텍대학]

‘시니어 헬스케어’ 과정 실습 중인 교육생들[사진=한국폴리텍대학]


‘이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은퇴 한 대한민국 50~60대들의 공통된 걱정거리다. 지난해 정년이 60세로 늘었지만, 이미 50세부터 은퇴 후 ‘인생2모작’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 폴리텍대학이 이들의 수요에 맞춰 △신(新)중년 특화 과정 △베이비부머 재취업 교육 등 50~60대에 특화된 재취업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목된다.

이중 베이비부머 재취업 과정의 경우, 교육생 절반 이상이 졸업 후 다시 일을 시작했다.

씨를 뿌려 꽃을 피우기 시작한 50~60대 ‘신중년’을 만났다. ‘인생2모작’에 접어든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60대 제자들이 부르는 40대 스승의 은혜

한 젊은 교수가 희끗해진 머리에 주름살 짙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수는 학생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스승의 은혜'를 불렀다.

학생들이 그려 놓은 대형 카네이션과 손수 써 놓은 편지들이 칠판을 수놓았다. ‘오늘도 교수님 덕분에 희망의 폐달을 밟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노래가 끝자락에 다다를 무렵 교수와 학생의 눈가엔 가슴 뭉클한 구슬이 맺혔다.

지난 15일 40대 교수와 60대 제자들이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이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올해 처음 50세 이상 미취업자에 특화된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신(新) 중년 특화 과정’을 마련했다.

폴리텍대 서울강서캠퍼스에서 ‘시니어 헬스케어’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59.8세, 스무살 가량 어린 김세련 교수(42)가 그들의 스승이다.

최고령 학생 백승현 씨(72)는 "스승과 제자를 나이로 정할 수 있느냐"며 “노인네를 사회에 쓰임이 될 수 있는 인재로 만들어 주는 이 분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이라고 말했다.

늙는 것이란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곧 우리 모두에게 닥칠 일이라고 학생들은 말했다.

이들이 신 중년 과정에서도 ‘시니어 헬스케어’를 선택한 이유다.

시니어 헬스케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요양보호, 보건 및 운동관리, 간병 및 재가서비스 등을 돕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과정을 수료하면 대부분 요양보호사로 재취업한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 요양분야 전문 인력의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고등학교 졸업 후, 40년 만에 수업을 듣는다는 윤영금 씨(68)는 “나이는 들어가는데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노래교실 갈 나이는 아닌 것 같고, 고민하던 찰나에 폴리텍대 과정을 알게 됐다”며 “실습을 나가 병들고 허약한 환자들을 볼 때마다, 머지않은 나의 모습이란 생각에 내 일처럼 하게 된다”며 웃었다.

32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는 황영랑 씨(57)는 84세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낯선 곳에 가시는 것도 싫어하고, 낯선 사람에게 돌봄을 받는 것도 부담을 느낀다”며 “요양원에 취업하면 어머니를 내가 직접 돌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나처럼 힘들어하는 다른 가족의 짐도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련 교수는 요양보호 분야야말로 50~60대 신중년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노인이 노인을 돌보기 때문에 서로 부담이 덜 하다”며 “무엇이 힘들고 어려운 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분야 전문 역량을 갖추기도 쉽고, 재취업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처음 우려했던 권위의식이나 선입견보다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놀란다는 김 교수, 이것이 삶의 경륜이란 생각에 존경심이 올라와 이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라 그런지 친지, 가족보다 더 친해 보였다.

월요일~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함께 있다 보니, 오히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얼굴을 맞댄다고 했다.

교육반장 김진명 씨(58)는 “아침마다 간식을 싸 와서 함께 먹고, 전날 배운 것을 복습한다”며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과 목표로 수업을 듣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하루하루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서로의 주름살을 보며 웃는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해’가 씌어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