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하림그룹, 병아리 때 초심으로…농가와 ‘동반성장’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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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8-05-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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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거래 전담조직 신설…법위반 사전예방 시스템 도입·협력사 선정절차 공개 등 ‘투명성’ 강화

  • 우수 협력업체 직·간접 금융지원…결제 조건 개선해 자금난 ‘숨통’, 육계사육 교육 등 전문성도 키워

하림이 지난해 11월 16일  전북 전주시 르윈호텔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 및 동반성장 선포식'을 개최한 후 이문용 대표이사와 최정열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 이정화 동반성장위원회 본부장, 농가, 협력업체 대표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림그룹 제공]


어릴 적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자산총액 10조원에 달하는 육가공대기업을 일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하림은 생산비가 높아 한때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축산업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놨다. 농장에서 시작한 사업인 만큼, 농가와 동반성장하는 것이 ‘핵심가치’라고 김 회장은 늘 강조한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 및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관련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거래, 예방부터 사후 감시까지 실무진 배치

이번 CP 및 동반성장 프로그램 도입은 하림이 그간 실천해 온 상생협력 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하림이 말하는 ‘행복나눔 동반성장’은 준법 기반 투명경영, 소비자-농가-주주-협력업체-임직원이 함께하는 상생경영, 사회공헌 시스템을 아우른다.

우선 하림은 농가와 계약내용, 계약서 이행 등의 측면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사전 예방뿐만 아니라 사후 감시 시스템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문용 하림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6명의 임원과 함께 구성한 하도급 거래 내부 심의위원회 및 동반성장 전담팀이 ‘법 위반 사전 예방 시스템’에 해당한다.

하도급 내부심의 위원은 구매부장과 재정부장, 기획조정실장, 육가공본부장 등이 맡고 있다.

사후 감시 시스템은 CP와 연계해 위반행위 등을 시정,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CP 전담조직의 경우 자율준수위원회를 주축으로 한다. 자율준수위원장은 이문용 하림 대표가 맡았다. 위원장 아래 12명의 위원과 부서별 담당자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율준수위원회는 대표이사 아래 기획조정실장이 자율준수관리자를 맡아 중추적 역할을 한다. 동반성장팀이라 불리는 자율준수전담부서가 오른팔, 인사위원회와 윤리위원회가 왼팔 격이다.

자율준수부서가 관리감시 역할을 한다면, 동반성장팀은 농가상생 방향과 전략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각 부문별 담당자들이 실천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부서별 담당자는 육가공본부장, 구매부장, 신사업 본부장, 익산 공장장, 마케팅 실장, 품질혁신실장, 사료사업부장, SCM실장, 정읍공장장 등으로 실제 농가와 계약관계에 대해 잘 아는 이들로 구성했다.

하림은 농장과 공장, 시장을 연결하는 삼장(三場) 통합 경영으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성장한 기업이다. 상생활동 역시 육가공부터 구매,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 걸쳐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핵심 실무진을 전진 배치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공정위 하도급 법규, 사내 규정 지정···투명성 강화

하림그룹은 단순히 CP 전담 조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실천사항을 회사 규칙으로 지정했다.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유명무실한 조직이 아니라, 실행력까지 갖추기 위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하도급 법규에 하림이 현실적 기준을 적용하고 구체화했다.

표준계약서 도입은 물론 협력사 선정기준과 절차를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선정 심사결과를 통지하고 공평한 입찰 기회를 부여한다. 신설된 내부 심의위원회가 월 1회 이상 사전 심의를 통해 해당 내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하도급 계약서 등 7개 서면과 가격 변동 등에 따라 작성한 추가 서면은 3년간 보존하는 것 등이다.

이에 앞서 하림그룹은 지난해 9월 47개 협력업체와 공정거래 협약도 체결했다. 이 가운데 우수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직접 금융지원 또는 간접 자금 지원을 해준다.

직접 금융지원은 우수 협력업체에게 매년 일정 규모 저(低)이자 대여를 하림이 직접 해주는 방식이다. 업체는 낮은 이자로 대출받은 원금을 분할해 상환하면 된다.

간접지원은 시세보다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금융사와 협력해 하림이 지급 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농가생활이나 시설자금 용도로 3년간 최대 10억원까지 가능하다.

이외에도 각 부문별로 협력사 결제 조건 등을 개선했다. 식품 임가공에서는 대금 마감 횟수를 매월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OEM의 경우 포장재는 어음 지급기일을 45일에서 35일로 10일 단축했다. 외주가공식품은 대금지급일수를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 지급에서 15일 이내로 당겼다.

협력업체들이 자금난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림그룹은 이 같은 내용을 협력사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식 홈페이지를 별도 개설했다. 홈페이지 주소는 ‘윈윈 하림(winwin harim)’으로 농가와 하림이 서로 상생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하림그룹 계약농가 소통행사 일환인 한마음대회에서 농장주들이 즐거워 하고 있다.[사진=하림그룹 제공]



◆두 번의 시련, 농가 실질 지원으로 확대

하림그룹 농가 상생 방안은 생활안정부터 소득 증대까지 폭넓게, 세부적으로 이뤄져 있다. 창업주인 김 회장이 회사를 일구면서 직접 보고 겪은 경험담이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25살이던 1982년, 돼지와 닭 값이 폭락했다. 사업을 확장한다며 끌어다 쓴 돈이 빚더미로 돌아왔다. 그는 결국 하던 일을 정리하고 식품 회사에 취직해 수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았다.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렸다. 김 회장은 세계은행(IBRD)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에 투자 유치 신청을 했다. 실사팀의 깐깐한 검증과정을 거쳐 1998년 10월 2000만 달러(약 213억원) 투자를 받아 기사회생했다.

당시만 해도 축산업은 중소규모 개별사육으로 이뤄졌다. 일원화된 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전문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었고, 김 회장의 경우처럼 닭 값이 폭락하거나 빚이 쌓이면 야반도주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투기산업이라 불리기도 했다.

두 번의 큰 시련을 겪으면서 김 회장은 ‘계열화’에 착안했다. 규모화 계약 사육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연 6~7회 정기사육을 통해 농가가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면 유망산업이 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러려면 사육 생산성 향상과 전문화 생산비 절감이 중요했다.

하림은 이를 위해 계약 농가들에게 △무창계사 확대 △사육소득·복지향상 △친환경·동물복지 농가 확대 △육계사육 전문화 교육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식 시설인 무창계사는 창 없이 환기구 또는 환기장치를 이용하는 닭 사육시설이다. 환풍, 온도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하우스형 보온덮개 계사나 트러스형 유창계사와 달리 무창계사는 적정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온도 및 습도센서가 작동한다. 2005년 하림 계약농장들 가운데 무창계사 비율은 10.6%에 불과했지만, 현대화 시설 지원사업 추진 일환으로 농가에 대여금 지원 등을 통해 2016년 66.8%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생산량도 늘었다. 현재 하림 농가 평균 사육규모는 6만3000마리, 2020년까지 미국 수준인 10만 마리를 따라잡을 계획이다.

하림은 사료요구율(FCR, Feed Conversion Ratio)의 향상을 통한 생산성 개선에도 나섰다. 사료요구율은 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사료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줄었다는 것은 사료비를 절감했다는 의미다.

하림 농가 사료요구율은 1997년 2.06에서 2016년 1.54로 0.52 개선됐다. 닭 1마리당 사료비 333원을 절감한 효과다. 1.5 수준인 미국과 이미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하림 계약사육농가(3회전 이상 육계사육) 연평균 소득은 2000년 5100만원, 2016년 1억8100만원, 2017년 1억9000만원까지 올라왔다.

하림그룹은 2026년까지 농가 평균소득 목표를 2억8000만원까지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이문용 하림 대표는 “협력사의 꾸준한 소득 증대야말로 하림의 지속적인 발전을 의미한다. 지난해 CP 및 동반성장 선포식을 통해 상생의 기치를 다시금 세웠다”며 “올해도 상생을 회사의 핵심가치 중 하나로 정립해 더불어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방했고, 앞으로도 하림은 변화의 시대에 대처함에 있어 동반성장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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