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눈에 현미경을 단 페르소나"..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이즈호텔 개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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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4-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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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국 7명의 작가 약 25점 전시..6월 17일까지

[쉬 바청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가 홍대에 네 번째 갤러리를 열고 젊고 실험적인 갤러리로 거듭난다. 이를 기념해 24일부터 6월 17일까지 개관전 '기억하거나, 망각하는(Remembering, or Forgetting)'을 개최한다.

23일 아라리오갤러리는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 있는 라이즈호텔(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2호점이자, 천안, 서울 삼청동, 그리고 중국 상해점에 이은 4호점 갤러리를 소개했다. 갤러리의 공식 명칭은 '아라리오 서울 라이즈호텔'이다.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 실장은 "아라리오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실험적인 작품들을 많이 보여주고 젊은 작가들, 국제적인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이었다"며 "새로운 공간에서는 다시 한번 실험 정신과 젊은 정신으로 돌아간다"고 개관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 홍대에 있는 아라리오 서울 라이즈호텔은 젊고 국제적인 작가들이 실험적 정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할 예정이다.
서울 삼청동 공간은 중견과 원로작가 중심으로 라인업을 하고 천안 공간은 한국 미술사의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작가들의 전시로 채워진다.

개관전 '기억하거나, 망각하는'은 아츠로 테루누마, 아사미 키요카와(이상, 일본작가), 우지 하한(인도네시아 작가), 쉬 바청(중국 작가), 김인배, 권하윤, 돈선필 (이상, 한국작가) 등 4개국 7명의 작가가 참여해 약 25점을 전시한다.

전시를 기획한 강소정 아라리오갤러리 팀장은 전시의 시작을 '홍대의 기억'에서 찾았다.
"홍대가 가지고 있는 젊음, 도전이라는 정신이 있는데 최근에 그런 것들이 쇠퇴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미술 산업이 갤러리부터 홍대 바깥으로 이동한 상태에서 다시 역으로 들어왔다. 홍대에 계속 예속되어 있는 기억이 있을 것이고 그 기억을 끄집어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억 또한 망각과 연결되고 결국에는 기억과 망각이 반복되면서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강 팀장은 "젊은 작가들이 홍대에 내재해 있는 기억들, 젊고 신선하고 참신한 기억들을 끄집어냈으면 좋겠다는 맥락으로 전시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지 하한 작품]


거푸집을 매달고 있는 투박한 디자인의 안내데스크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가니 인도네시아 작가 우지 하한의 작품 '한도코 에코 사푸트로 Uji (Hahan) Handoko Eko Sputro'이 눈에 띈다.

만화 스타일의 이 작품들은 자본주의와 미술 시장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성스러워야 할 성직자가 명품 가운을 걸치고 있고, 크리스티와 소더비 패들(번호판)을 든 이의 눈에는 달러를 의미하는 표시가 있다.

작가는 미술시장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겪으며 성장하면서 학창시절의 희망의 크기만큼 작가가 된 이후에 좌절을 맛본다. 이는 곳 자본주의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아사미 키요카와 작가의 '도쿄몬스터'는 사진에 자수를 더한 작품이다.
도쿄 거리를 걷던 작가는 독특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의 외형적인 것 외에 어떤 무의식의 다른 것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낌들을 사진 위에 자수한 작업이다.

즉 작가는 원래의 모습에서 대상의 기저에 깔린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여성성의 상징인 바늘과 실로 했다.

[돈선필 작가 작품]


돈선필 작가의 'Owakon'은 마치 쓰레기통에 온갖 잡동사니를 다 집어 넣은 모습이다.

돈선필 작가는 "형태를 만들 때 거기에 내용이나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것에 쓰임새나 사용법에 좀 더 집중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사물에서도 의도가 중요한 것이지 거기에 담긴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온갖 물건을 쓰레기통에 담았다는 것은 물건 하나하나의 의미를 사물에서 떼어 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츠로 테루누마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아츠로 테루누마는 애니메이션 2점과 회화 작품 3점을 출품했다.

작가는 태어났을 때부터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지금도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작가의 작품에는 페르소나(persona·외적 인격)가 자주 등장한다. 작품 속 인물은 커다란 머리에 눈에는 현미경을 달고 있다.

 


작가가 표현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작가의 너무나 보고 싶은 욕망을 대변한 '너무너무 보고 싶은 작품'시리즈가 있고 또 하나는 번잡한 세상에 대한 반감으로 '너무나 보기가 싫은 제목'의 작품군이 이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은 너무나 보기 싫은 작품군이다.

작품 'Mienai Nozomi’s Vision Complex'는 작가가 도시를 거닐며 마주하게 되는 현 사회의 너무 과한 시각적 자극, 강박과 열등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을 담았다.

 

김인배 작가의 '감긴 눈' 작품은 마치 얼굴에 커다란 혹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인배 작가는 "두 가지가 상반된 것이 섞여 있거나, 눈을 통해서 보는 개수에 집착한 나머지 본질을 잘못 알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쉬 바청 작가의 'Survival and Destiny'작품은 세로의 길이가 2m가 넘고 가로의 길이는 8m에 육박하는 거대한 크기의 회화이다. 한쪽 벽면이 한 작품으로 꽉 찰 정도여서 '대륙의 스케일'을 연상케 했다.

작품은 도박장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의 상상력을 곁들여 이미지화했다.

그림에서는 인체 모양의 슬롯머신으로 도박을 하는 모습, 도박에 운명을 걸고 있는 모습, 인터넷 사용자들이 어떻게 도박장에 참가하는지 등을 보여준다.

쉬 바청 작가는 "중국 사람들은 도박을 굉장히 좋아하는 민족이다. 도박장에 방문한 기간 동안 도박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꿈을 꾸는 듯한 모습들을 발견했고 현실을 살아가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하윤 작가의 '489 Years' 11분짜리 비디오 작품으로 DMZ(비무장지대)에 대한 무섭고 위험하다는 집단 기억이 아닌 여러 사적 기억들을 조합해 구성했다. 작가는 실제로 판문점을 경험했던 북한과 한국 군인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사적인 기억들을 끄집어내 사고의 확장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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