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수부, 약 2년6개월 민원 떠넘기기…탁상행정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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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8-04-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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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 장승포항 선박 하역작업 요청에 ‘명분 끼워넣기’ 급급

  • 해당 공무원들 현장 방문 ‘제로’…“민원 하나 제대로 해결 못해”

장승포항에서 약 5.5km 떨어진 곳에 LNG 선박이 정박해 있다. 이 곳은 A업체가 작업을 요청한 지역이다. 해당 지역을 둘러봤지만 해수부가 제기한 불가 요건은 찾을 수 없었다. [사진=배군득 기자]


해양수산부가 선박 하역작업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지역 중소기업의 요청을 2년6개월간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수부 직원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승인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거제도 해운용역 중소기업 A업체는 2015년 9월부터 거제도 장승포항과 3해리(약 5.5km) 떨어진 앞바다에서 ‘선박대 선박(STS) 해상 유류환적 작업’을 허락해 달라며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해양수산사무소(이하 통영출장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A업체의 민원으로 통영출장소는 관련 사업 타당성을 놓고, 통영출장소를 비롯해 창원해양경찰서 관제센터(VTS), 마산해양환경관리공단, 도선사회 등 관련 기관 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참석했던 기관들은 A업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특별한 하자가 없다며 승인에 무게를 뒀다. 다만 통영출장소에서 장승포항 불개항장 기항허가만 이뤄지면 협조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통영출장소는 유류 작업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작업 불가’를 결정했다. 이후 A업체는 해수부와 정치권, 법률사무소를 오가며 민원의 타당성을 입증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해수부는 통영출장소 보고서를 토대로, 시종일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서 해수부의 불가방침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해수부가 주장하는 불가사유는 △STS작업을 위한 불개항장 기항허가는 취지에 맞지 않으며, 위험하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위치했다 △장승포외항 기상상태가 불량하다 △2015년 9월 관계기관 회의시 반대의견을 제시한 기관이 있다 등 4가지다.

아주경제는 지난 20일 해수부가 제기한 4가지 사안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거제도 장승포항을 찾았다. 우선 불개항장 기항허가는 장승포항 특성상 통영출장소가 승인하면 문제될 부분이 없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위치한 부분 역시 장승포항과 약 5.5km 떨어진 외해라는 점과 지도상으로 한려해상 지점과 반대쪽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해수부가 말한 한려해상 구역에서는 석유공사의 유류 저장고 4기가 가동 중이다. 이는 해수부가 현장답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부분이다.

또 장승포외항 기상상태가 불량하다는 점과 관련해서도 A업체가 제출한 기상자료를 묵인한 정황이 있다.

결국 A업체의 민원에 대해 통영출장소와 해수부 담당 부서가 책임을 떠넘기며, 2년6개월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민원은 올해 2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도 전달됐다. 김 장관은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다시 조사하라며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 하지만 해당부서는 민원인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해수부는 민원인이 제기한 부분에 대해 반박할 명분이 약해지자, 이달 중 관련 작업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 용역을 의뢰하겠다고 물러섰다.

해수부 고위관계자는 “장승포항이 불개항장이어서, STS 작업을 승인해주는 부분은 쉽지 않다”며 “단 용역을 통해 비슷한 작업환경을 갖춘 대안지가 있다면 물색하겠다”고 말했다.

A업체는 “STS 작업은 국내에서 30년간 해온 전형적인 선박환적 작업이다. 30년간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해수부가 이 작업이 위험하다는데 어떤 부분이 위험한지,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관리법에도 명시된 합법적인 작업을 승인해주지 않는 해수부가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용어설명>

◇STS(Ship to Ship Transfer) = 선박대 선박 해상환적작업으로 해상에서 선박과 선박이 접안해 원유, 가스 등을 옮기는 작업.

◇불개항장 = 선박 입‧출항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무역항(개항)을 제외한 한국영해 및 내수를 말한다. 장승포외항은 우리나라 대표적 불개항장이다. 2013년 9월 정부로부터 옥포 항만관제센터(VTS) 개통으로 정박선 및 통항선박에 대한 관제를 하고 있다. 무사고 정박지로 호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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