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전쟁…중국 '반도체 굴기' 민낯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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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4-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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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ZTE 제재…中반도체 산업 '경종'

  • ZTE 스마트폰 65% 퀄컴 반도체 내장…부품 재고량 1~2개월 밖에 못버텨

  • 통신, 스마트폰산업 타격…5G 굴기 제동 가능성도

  • 中 반도체 자급률 25%…수입산 의존…집적회로 원유 제치고 최대 수입품목

  •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아직 갈길 멀어

중국 반도체 산업 현황. [그래픽=아주경제DB]


"미국의 ZTE 제재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경종을 울렸다."(매일경제신문)
"막 오른 미·중 반도체 전쟁, 중국 반도체 산업 민낯 드러나다."(신경보)

중국 현지 언론들은 18일 미국 상무부가 중국 2대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해 미국 기업과 거래를 7년 동안 금지한다고 발표하자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ZTE는 비상이 걸렸다. 보도에 따르면 ZTE는 즉각 위기대응팀을 꾸려 전사적으로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인이민(殷一民) ZTE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ZTE 임직원 8만여명이 이 위기를 극복할 힘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위기를 견딘 후 우리는 더욱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ZTE 반도체 자급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미국기업과 거래가 금지되면 사실상 통신장비 생산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 굴기를 억제하려는 의도로 ZTE에 제재를 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ZTE는 기저대역·무선주파수 칩셋, 스토리지 시스템, 광학부품 등 통신장비 핵심 반도체 부품을 대부분 수입한다.기지국용 반도체 자급률은 '제로'다.

특히 미국산 의존도가 높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ZTE는 부품의 25~30%를 미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ZTE 스마트폰의 65%에 퀄컴 반도체가 내장돼 있다고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시스가 집계하기도 했다. 양광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들이 단기간 내 퀄컴을 대체하기 힘들다"며 "퀄컴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단말기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금공사(CICC)는 보고서에서 “ZTE가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0%, 중국 내 통신장비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현재 ZTE의 부품 재고량은 1~2개월 버틸 수준으로, 하루 빨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체 통신장비, 스마트폰 업계의 정상적 생산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 통신사 네트워크 구축에 영향을 미쳐 중국의 5세대 통신(5G) 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강자다. 스마트폰과 기지국 핵심 부품인 셀룰러 베이스밴드 프로세서 시장의 경우, 미국 퀄컴의 제품 출하량이 전 세계 50%를 넘는다고 SA는 집계했다. 

미국의 제재 조치가 사실상 ZTE는 물론 중국 통신·반도체 산업 전체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덩치만 클 뿐 핵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집적회로 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한 5411억3000만 위안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25% 남짓에 그쳤다. 핵심 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집적회로 수입액은 2601억4000만 달러로, 원유를 제치고 최대 수입품목이 됐다. 반면 집적회로 수출액은 668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반도체 산업에서 2000억 달러 가까운 무역수지 적자를 낸 것이다. 

IC 인사이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58.5%를 차지하는 상위 10개 반도체 기업(삼성·인텔·SK하이닉스·마이크론·브로드컴·퀄컴·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시바·엔비디아·NXP)에서도 중국기업을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은 그동안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2000년 들어서부터 고성능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재정적으로 지원했다. 중국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1300억 위안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도 만들어 고성능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공격적 인수·합병(M&A)도 전개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 덩치는 커졌지만 아직은 대부분이 반도체 후공정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기초 원자재, 반도체 설비,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무선주파수(RF), 내장메모리 등 핵심 반도체 기술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7년 중국 집적회로산업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집적회로 부문에서 중국산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다. 이동통신 단말기의 일부 부문에서 15~2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나머지 부문은 대부분 0~5%에 그친다. 

한편 미국의 ZTE 제재는 퀄컴 등 ZTE에 부품을 납품해온 자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ZTE는 세계 최대 모바일칩 제조상 퀄컴 제품 출하량 6~1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ZTE 제재 소식이 발표된 16일(현지시각) 미국 주식시장에서 퀄컴 주가가 1.72% 하락한 것을 비롯해 마이크론(-1.11%), ACIA(-35.97%), 오클라로(-15.18%) 등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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